ICC,김정일 체포영장 발부땐 ‘戰犯’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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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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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C 北도발 예비조사

유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6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 예비조사에 착수한 것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 행위를 전쟁 범죄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김정일 부자를 법정에 세울 수 있을까

예비조사의 진척 상황에 따라서는 ICC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나 그의 아들인 김정은을 전범 혐의로 기소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ICC는 전쟁 범죄 여부에 대한 상황을 조사한 뒤 구체적인 개인을 기소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김 위원장은 물론 연평도 도발의 배후로 지목받는 김격식 인민군 대장과 김영철 상장을 기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ICC가 김 위원장 부자를 법정에 세우는 일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ICC 설립의 헌장이나 마찬가지인 로마규정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수사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협조를 얻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ICC는 궐석재판을 인정하지 않아 전범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 진행 자체가 어렵다.

이런 한계로 인해 ICC의 예비조사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소식통들은 이번 ICC 예비조사의 의미가 작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ICC의 소추는 실효성을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처벌 목적으로 본다면 북한의 비협조로 전범 재판을 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작을 수 있지만 ICC 소추를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 제고 측면에서 볼 때는 얘기가 다르다.

외교 소식통은 “예비조사가 수사로 이어지고 김 위원장 부자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다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ICC가 다루는 사안은 공소시효가 없다는 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에서 북한 체제의 변동이 생긴다면 그 이후에 몇 년이 지나서라도 얼마든지 전범으로 다룰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북한 지도부가 향후 추가 도발을 감행하는 것을 막는 심리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 예비조사의 향후 방향

ICC 검찰부는 ‘로마규정’을 비준한 당사국 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소추, 개인 및 단체의 진정(communication)이 제기되면 예비조사에 착수한다. ICC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연평도 도발과 천안함 폭침사건 예비조사와 관련해 “여러 건의 진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진정을 낸 주체에 한국 정부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ICC가 예비조사를 통해 수사를 개시할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조사에 이어 본조사와 기소, 유죄 확정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실질적인 처벌이 가능하다. 본조사에 들어가면 ICC가 수사관을 파견해 증거를 수집하는 본격적인 움직임이 이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해국인 북한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해국인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가 진행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김정은, 지난달초 공격태세 지령”
▲2010년 12월1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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