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새 국방장관 김관진 내정 의미-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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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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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전시에 軍지휘봉 잡아… 金내정자 “군인정신 약해졌다”

후배에서 선배로 국방장관 바통터치 2008년 3월 33, 34대 합동참모본부 의장 이·취임식에서 나란히 부대 사열을 하고 있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왼쪽)과 김관진 신임 국방부 장관 내정자. 당시 김 장관은 합참의장직을 물려받았으나 이번에는 장관직을 김 내정자에게 물려주게 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후배에서 선배로 국방장관 바통터치 2008년 3월 33, 34대 합동참모본부 의장 이·취임식에서 나란히 부대 사열을 하고 있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왼쪽)과 김관진 신임 국방부 장관 내정자. 당시 김 장관은 합참의장직을 물려받았으나 이번에는 장관직을 김 내정자에게 물려주게 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6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따른 준(準)전시상황에서 군의 최고 지휘봉을 잡게 된 김관진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40년 가까이 군에서 봉직한 ‘강골의 무장’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김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별다른 친소 관계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최근 안보위기 상황의 엄중함을 의식해 군 원로 등으로부터 골고루 조언을 얻어 김 내정자를 현재 국민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한 군을 탈바꿈시킬 적임자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서 국방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도 전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관진이야말로 어려운 시기에 군심(軍心)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인데…”라며 추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인선에는 “우리 군에 야성(野性)이 사라졌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이 깔려 있다. 6·25전쟁과 베트남전 파병 외에 전쟁다운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데다 지난 두 차례 정권을 거치는 동안 정신력까지 해이해지면서 군이 ‘행정조직’화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후 이 대통령이 합참을 방문해 “행정적인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군은 다른 것을 생각하지 마라. 책임은 정부가 진다” “투철한 군인정신을 부탁한다”고 강조한 것도 그런 인식의 발로다.

즉, ‘군인을 군인답게, 군대를 군대답게’ 만들어 안보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가 핵심 인선 기준이었다는 게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설명이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연간 30조 원을 갖다 쓰면서도 북한의 국지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는 군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치고 강력하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을 고르고 고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내정자가 군 재직 시 중간보고를 생략한 ‘원스톱 업무처리’를 강조했을 만큼 개혁성을 갖춘 점을 이 대통령은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도발사건에서 드러난 군 지휘부의 보신성 ‘왜곡 보고’에 이 대통령은 크게 실망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 내정자를 잘 아는 인사들은 “소문난 일벌레였다. 일처리가 명확하다”(한나라당 한기호 의원) “맺고 끊는 게 분명하다. 독일 육사를 나온 사람들이 가진 군인다운 면모가 있다”(K 전 중장) “성격이 모나지 않아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잘 넘길 것이다”(민주당 서종표 의원) 등의 평을 내놨다. 청와대 예비청문회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용장(勇將)이면서도 지장(智將)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안보철학이 확고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거침이 없었다. 한마디로 눈이 살아있더라”라고 전했다.

전사자 화랑무공훈장 추서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전사한 해병대장병들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전사자들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하고 있다. 성남=청와대사진기자단
전사자 화랑무공훈장 추서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전사한 해병대장병들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전사자들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하고 있다. 성남=청와대사진기자단
김 내정자는 호남(전북 전주)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합참의장에 임명됐다가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전역한 뒤 미국 워싱턴 헤리티지재단에서 6개월간 안보 문제를 공부했으며 국방과학연구소(ADD)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해 왔다. 재산은 10억 원 안팎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역 2년 8개월 만에 ‘위기의 군’을 바로잡을 수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한 김 내정자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군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군의 사기도 제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군 내부의 조직적인 저항을 이겨내고 강도 높은 국방개혁을 진행해야 한다. 군의 고질적인 비리 구조를 파헤치고 국방예산이 적재적소에 배분되는지도 엄격히 따져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군 수뇌부를 포함한 장성들에게 메스를 댈 필요도 있다.

한편 김 내정자는 이날 예비청문회에서 군이 보고 위주의 행정조직처럼 변모해 온 점을 지적하며 “과거와 같은 군인정신이 약화된 것 아니냐. 정신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도발하고 있다”며 “군이 단호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관진 국방장관 내정자는

△전북 전주(61) △서울고 △육사 28기 △35사단장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2군단장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3군사령관 △합참의장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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