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은 노후 전투기 41%, 조종사 매년 3명꼴 추락사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 최근 10년간 사고 분석하니

15일 전북 전주시 남방 상공에서 추락한 공군 정찰기 RF-4C는 44년 된 노후 기종이었다. 그럼에도 저고도 정찰훈련이라는 고난도의 임무를 수행하던 중 추락했고 공군 파일럿 2명(대위)이 순직했다. 공군에선 올해에만 추락사고 3건이 일어나 공군장교 7명이 순직했다. 앞선 2건의 사고도 모두 30년이 넘은 노후 기종(F-5)이었다.

▽한 해 평균 공군장교 2.9명 추락사고로 순직

최근 10년간 공군에선 총 25건의 추락사고가 발생해 파일럿 29명이 순직했다. 매년 2.5건의 사고로 2.9명의 파일럿이 사망한 셈이다.

군은 사고 원인에 대해 정비 불량이나 노후화된 기종 때문인 것은 9건이고 나머지는 모두 조종사의 실수 등 인적 요인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공군 내부에서는 대부분의 사고 원인에는 노후 기종의 문제가 깔려 있다며 “목숨 걸고 탄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팽배하다. 한 공군장교는 “30년 된 포니 자동차를 아무리 잘 다뤄도 핸들이 뻑뻑하거나 코너워크가 잘 안되듯이 비행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8일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공군 전투기의 41%가 생산된 지 30년 이상 된 노후 기종으로 드러났다. 항공업계에서는 전투기의 수명을 30년으로 잡고 있다. 앞서 언급한 44년 된 정찰기 RF-4C도 20여 대를 운용하고 있다.

공군이 이렇게 노후 기종을 계속 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신형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 계속해서 늦춰지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던 공군은 예산 문제로 계획이 보류되자 폐기하기로 했던 노후 전투기를 수리해서 쓰고 있다. 올해도 당초 국방부 예산계획에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 예산이 157억 원 예정되었으나 기획재정부 심의에서 빠지면서 생산된 지 30년이 넘은 F-5 전투기 80대를 수리해서 7년 동안 더 쓰기로 했다.

▽정비 및 수리 부품 관련 예산은 급증했지만 ‘부품 돌려막기’는 여전

노후 기종에 대한 정비도 문제가 심각하다. 수리 부속이 모자라 비행이 불가능한 전투기가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동류전용’(부품 돌려막기)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기준으로 KF-16의 동류전용은 198건이었고, F-15K는 418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실에 따르면 공군의 장비 유지 및 수리 부속 예산은 2006년까지 연간 3000억 원대 수준이었으나 2007년 KF-16 정비 불량 추락사고 이후 급증했다. 2010년 예산은 7114억 원이었고, 2011년 예산요구액은 7263억 원으로 5년 만에 두 배가량 증가했다. 군 관계자는 “예산이 급증했는데도 부품 돌려막기 등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단종 부품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며 “단종된 부품은 구하기도 어렵고 구하더라도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F-15K의 경우 102개 품목 부품 재고가 동 나 향후 정비 및 수리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F-15K는 전 세계에서 한국만 운용하는 기종이라 부품을 주문할 경우 보잉사는 별도의 생산 라인을 가동해 부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특히 부품이 생산되기까지 길게는 1년 이상 걸려 그 기간에 부품 돌려막기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투기 정비를 해외에 의존하는 관행도 정비 예산을 증가시키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군 관계자는 “공군 전체 항공 전자 정비 품목의 7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정비 및 수리를 할 수 있는 품목도 관행적으로 해외에 맡겨 수리비용을 증가시키고, 정비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비 및 수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정비 대상 품목을 세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학송 의원은 “현재 규정에 따르면 전자 부품 하나가 고장 나면 그 부품이 위치한 회로카드 전체를 교체하거나 수리하도록 돼 있다”면서 “이 규정을 바꿔 문제가 된 부품 하나만 수리 또는 교체하도록 하면 비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동영상=미 특수비행팀 ‘선더버드’ 천둥 같은 곡예비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