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31주년…엇갈리는 박정희 시대 평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6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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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 18년에 마침표를 찍은 1979년 10·26사태가 26일로 31주년을 맞았다.

여야 정치권은 공식적인 반응 없이 조용하게 이날을 보냈다.

'박정희 시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이지만 역사적 평가는 여전히 정치권의 과제로 남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평가 작업이 전반적으로 미진한데다 당대의 유산이 아직도 사회 전반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 권력을 놓고 대척점에 섰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등 동시대의 인물들이 차례로 생을 마감하면서 그의 시대를 냉정하게 바라보려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성장 모델을 통해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뤄냈다는 점에 대해 정치권에서 긍정적 평가가 거리낌 없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시대변화의 한 예다.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은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은 근대화와 국가창조사업을 했던 공이 큰 영웅으로서, 반대자를 억압하고 기본권을 탄압했던 독재자의 면에 대해서는 극복해야 할 유산이자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며 "국가에 남긴 공과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도 당 대표직에 있던 지난해 12월 공개석상에서 "우리나라를 세계 최빈국에서 국민 소득 2만 달러의 국가로 만드는 과정이 어떠했는가"라며 "자동차, 철강 등 산업 분야에 있어 박 전 대통령이 산업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점을 인정한다"고 평가했다.

민주화를 거쳐 21세기 선진국으로의 '업그레이드'를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1960~1970년대의 경제적 도약을 이뤄냈던 국가 발전전략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 전 대통령의 맏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앞으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끌어올리는 전략과 관련해 과거의 경험들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선친의 31주기 추도식에서도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란 구호로 오늘의 발전과 자랑스러운 역사가 시작됐다"면서 "그때의 각오로 힘을 모아 모든 국민이 잘살고 인류가 행복한 지구촌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위대한 나라로 만드는 게 아버지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최대 과오로 꼽히는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문제에서는 여야 모두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야권에서는 독재의 폐해가 선진화를 더디게 했다는 논리가 견고하다.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산업화에는 상당히 큰 공을 세웠지만 대신 권위주의적인 정치, 민주정치 발전을 저해한 것은 틀림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도 "산업화에 대한 공도 있지만 군사혁명, 유신, 독재정치에 대한 과(過)가 더 많다고 본다"고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인터넷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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