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 비리 수사]檢 1차타깃은 기업사냥꾼의 금융권 로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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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그룹에 대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1차적인 수사 타깃은 C&그룹이 전(前) 정권 시절 연쇄적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이면에 있는 금융권 상대 로비에 맞춰져 있다. 검찰은 C&그룹이 2002∼2007년 ㈜우방을 비롯해 세양선박 ㈜진도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정치권과 금융당국, 금융권에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에 주목하고 있다.

C&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에 빠져 법정관리 상태에 있던 부실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며 단숨에 재계 71위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M&A에 필요한 자금은 대부분 은행 대출이나 C&우방, C&상선, C&중공업 등 인수한 상장기업에서 조달했다. 한 기업을 인수한 뒤 그 기업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자금을 모으면 그 돈에 은행 대출을 합쳐 다른 기업 인수에 나서는 식이었다.

검찰 내부에선 C&그룹의 기업 인수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거나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순전히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만을 노리고 덤빈 경우가 많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C&그룹이 해당 기업의 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또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M&A 승인을 이끌어내기 위해 로비에 나섰는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C&그룹이 한때 40여 계열사를 둔 거대기업이었지만 단기간에 회사의 몸집을 불리면서 보인 행태는 전형적인 ‘기업 사냥꾼’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받아낸 거액의 대출도 의혹의 대상이다. C&그룹에 대한 금융권 전체의 대출은 2008년 10월 말 1조3052억 원으로 대부분 회수가 불가능한 부실채권이 됐다. C&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은 일반대출과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2274억 원을 지원했고, 농협(1586억 원), 외환은행(441억 원), 신한은행(439억 원), 대구은행(211억 원)도 자금을 댔다.

검찰은 C&그룹이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직접 로비를 했거나 정치인, 금융당국을 통한 우회 로비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C&그룹 계열사들이 2005년 모 은행 출신 본부장 등 금융권 인사와 퇴직 관료를 대거 영입한 것이 금융권의 특혜성 대출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나돈다. 검찰 안팎에서는 그 과정에서 C&그룹을 지원했던 정치권 인사로 야당 중진의원 여러 명과 함께 여권 인사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임병석 그룹 회장이 2000년대 후반 들어 무리한 조선소 건립으로 자금난을 겪자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뒤 고의로 계열사의 상장을 폐지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임 회장이 예전처럼 금융권에 손을 벌렸지만 정권이 바뀌고 금융권 인사들이 물갈이되자 은행의 자금 지원이 끊어졌다는 것. 당시 궁지에 몰렸던 임 회장은 일부 금융권 고위 인사를 직접 만나 지급보증이나 신규 대출, 또는 채무상환 연기를 요청하는 등 회사 구명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임 회장은 계열사의 이익을 서류상 회사 등으로 빼돌리고 용지 등을 매각하면서 결국 C&그룹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임 회장이 개인적으로 빼돌린 자금의 흐름을 쫓는 데 주력하는 한편 임 회장이 이 돈 가운데 일부를 은행 대출을 위한 로비자금으로 쓴 것이 아닌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한편 C&그룹은 법무법인 한결의 조승식 전 대검 형사부장과 안식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검찰 수사에 대응하고 나섰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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