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퇴역 경비정-장비 제3국에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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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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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노후한 무기 장비가 해외에서 긴요한 전력으로 재활용되면서 ‘외교자원’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군은 8일 항만경비정(YUB) 3척과 군용트럭, 공병장비 등 24종 223점을 캄보디아에 양도했다. 양도된 항만경비정은 1984년 제작한 47t급 연안경비정으로 20년이 넘어 군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장비다. 이번 양도는 2009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의 캄보디아 방문 때 훈 센 총리가 강력히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 퇴역 장비,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에선 ‘주요 전력’

2000년대 들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한국군의 노후 군수 장비에 대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남북이 대치하는 한국의 현실에서는 이미 수명을 다한 무기들이지만 다른 나라엔 내부 치안 유지용으로 우수한 성능의 장비라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퇴역한 T-41 훈련기. 동아일보 자료사진.
퇴역한 T-41 훈련기.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미 군은 방글라데시와 카자흐스탄에 각각 PKM 고속정 1척(2003, 2006년), 필리핀에 T-41 훈련기 15대(2008년), 페루에 A-37 경공격기 8대(2009년), 인도네시아에 상륙돌격장갑차 10대(2009년), 가나에 참수리 고속정 1척(2010년) 등을 양도한 바 있다. 올해 말에도 필리핀 콜롬비아 등에 구형 함포탄을 양도할 예정이다.

군에서 퇴역한 장비들이지만 해당 국가에서는 주요 전력이 된다. 올해 9월 가나에 넘긴 퇴역 고속정(참수리-237호정)은 건조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가나에서는 불법 마약거래 근절과 유전개발 지역 순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페루에 양도된 경공격기는 이 지역에 출몰하는 불법 마약사범 감시 및 토벌 작전에 투입되고 있다. 8일 캄보디아에 양도된 경비정도 캄보디아 내 호수와 연안에서 벌어지는 마약 밀매를 감시하는 전력으로 활용된다.

○ ‘일거삼득’…국가 이미지 상승, 자원외교 도움, 노후 군수품 처리

그러나 군이 무조건 ‘퍼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군은 국익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해 무기를 양도하고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양도 대상국은 주로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의 자원이 풍부하고 한국 방위산업체의 진출이 예상되는 국가들에 맞춰져 있다.

2006년 카자흐스탄에 고속정을 양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고속정을 양도한 정부는 자원 확보에 대한 카자흐스탄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고 이듬해 한국 기업들은 5억 배럴 규모의 카자흐스탄 유전 탐사권을 확보했다. 지난해부터는 첨단 고속정 판매 협상도 벌이고 있다.

2003년 고속정을 넘겨준 방글라데시에서는 지난해 8월 한국 기업이 방글라데시 해군의 고속 경비정 8척 건조를 수주했다. 2009년 페루에 경공격기를 무상 양도했을 때도 페루 정부가 추진할 예정인 기본훈련기 도입과 휴대용 대공유도무기 교체에 한국 방위산업체의 참여를 협조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에서는 ‘일거삼득’이라며 적극적인 자세다. 군 관계자는 “기껏해야 박물관에 가거나 관리비만 들어갈 장비들로 자원 외교, 국가 이미지 제고 등 좋은 결실을 거두고 있다”며 “캄보디아도 자원 개발 가능성이 큰 나라로 앞으로의 협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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