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수장으로 누가 오나”… 특채 파동 이후 인선 둘러싼 3대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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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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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발탁 vs 외부 수혈… ‘흔들리는 조직 개혁’ 적임 놓고 해석 분분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총리 인준 후 가급적 빠른 시간에 외교통상부 장관을 임명하겠다고 밝히자 후임 외교부 장관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채 파동 이후 개혁에 쏠리던 외교부의 최대현안이 후임 장관 인선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후임 외교부 장관 후보로는 김성환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 류우익 주중국대사가 2강을 형성하는 가운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이규형 전 주러시아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 내부 대 외부의 대결?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후임 장관 인선의 가장 큰 관심사는 누가 되느냐보다는 외교부 내부냐 아니면 외부인사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수석과 류 대사의 대결구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6자회담 등 복잡한 외교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외교부 출신 ‘경력자’가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외부인사인 류 대사가 들어와 외교부의 잘못된 관행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김 수석은 G20 정상회의 등을 무난히 치러낼 수 있지만 외교부 출신이기 때문에 개혁의 칼날이 무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반면 류 대사는 자정기능을 상실한 외교부를 개혁할 수 있겠지만 외교적 현안 대처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중국 대사로서 뚜렷한 실적을 나타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외교부 내에선 외부에서 들어온 장관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실패했던 과거사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아랫사람이 써준 글만 읽던 내부 출신 장관도 있었다”며 “내부 사람이 더 잘한다는 얘기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경기랜드 vs 서울랜드

후임 장관 인선의 기류를 두고 벌써부터 외교부의 양대 고교 인맥인 경기고와 서울고 출신 간부들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기고를 나온 김 수석과 서울고를 나온 이 대사의 경쟁으로 보는 시각이 그것이다. 김 수석이 장관이 되면 유명환 전 장관 때 특히 세력이 확장된 서울고 출신의 ‘서울랜드’를 밀어내고 경기고 출신의 ‘경기랜드’를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원만한 성격의 김 수석이 출신 고교를 머릿속에 두지 않고 외교부를 관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외교부 내에서 우세하다. 게다가 출신고보다는 같은 공관에 근무한 것이 인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출신고 파벌의 움직임은 큰 변수가 아니라는 말도 있다.

○ 정무 대 통상의 대결?

통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김 본부장이 장관이 되면 북미, 동북아 라인이 휘어잡던 정무 인맥의 독주가 깨지고 통상 분야 인맥과의 상호 견제구도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통상 분야의 직원을 특채하면서 정무라인이 인사권을 휘두른 것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선 김 본부장이 통상현안 해결에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정무적인 파워가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김 본부장의 장관 취임은 외교와 통상 분야가 분리될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 전 장관 딸 특채 파동 이후 지식경제부 등 경제부처에서 외교통상의 통상 파트를 떼어가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며 “그런 상황이 된다면 외교부는 의전과 인사만 하는 삼류 부처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장관이 되든 이번 인사파동이 정무라인과 인사문제를 담당하던 직원들이 미국 등 선진국 공관으로 진출하던 관행이 깨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한 관계자는 “외교부 재외공관 배치는 주로 인사와 핵심 국의 정무직 직원이 워싱턴 등 요직에 나가는 게 현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외교부에 미국 전문가가 아닌 ‘미국 근무 전문가’가 대거 양산됐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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