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지사, 곽노현-고영진 교육감 등 지방선거 당선자 11명 은행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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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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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이시종 충북도지사 등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공직자 11명이 선거자금 등 직간접적인 정치자금용으로 대출받을 수 없게 한 은행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자금 대출로 인한 은행법 위반은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야권의 집중 추궁을 받아 사퇴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동아일보가 31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6·2지방선거 당선자 755명(재선 및 3선 당선자 제외)의 재산 공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 6·2지방선거 새 당선자 재산공개… 평균 8억8000만원 ▼

755명 대부분 대출사유 안밝혀… 실제론 은행법 위반 더 많을 듯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공개 내용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금융회사를 통해 대출받은 5억6400여만 원의 용도가 선거비용이었다고 명시했다.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은 7억5430만 원을 선거비용에 쓰기 위해 대출받았다고 신고했다. 단체장 중에는 이시종 충북도지사(5억 원), 염태영 경기 수원시장(4억2968만여 원),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8억8299만여 원·주택자금 포함), 허필홍 강원 홍천군수(1310만여 원) 등 4명이 선거자금용 대출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김흥남 부산시의원, 권용오 이강호 인천시의원, 권명호 울산시의원, 박병훈 경북도의원 등 5명도 선거비용 때문에 대출을 받았다. 현행 은행법 38조는 직간접을 불문하고 정치자금을 대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 규정은 올해 5월 국회가 삭제했으나 시행일이 11월 18일이어서 아직 효력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은행의 무분별한 대출을 막아 금융회사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대출받은 사람에 대한 처벌 기준은 없고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 임직원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 대출받은 사실은 밝히면서…


은행법을 어긴 인사가 동아일보가 조사한 11명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도 당선 직후 “선거자금은 금융기관 대출금과 후원금으로 충당했다”고 밝혔으나 이날 공개된 재산명세에는 금융회사 두 곳에서 4850만 원을 대출받은 사실만 기재됐을 뿐 사유는 나오지 않았다. 공개 대상 755명 중 상당수가 금융기관 대출을 밝히면서도 사유를 쓰지 않았다.

곽 교육감은 아파트 두 채(15억5000만 원) 등을 보유하고 있으나 선거 때 지인 237명에게서 16억3818만 원, 금융기관에서 5억6400여만 원을 빌려 재산이 ―8억4694만 원이라고 신고했다. 곽 교육감 측은 “(선거비용 대출이 은행법 위반인지) 몰랐지만 교육감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인과 똑같이 법 적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고 교육감은 “금융권에서 대출받아 선거자금으로 쓰는 게 깨끗한 선거를 이루는 길이라고 생각했지 은행법 위반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지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자금이 없어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선거법상 문제가 없다고 해서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 실제와 차이 나는 재산공개

이번 공개 명세는 올 7월 1일을 기준으로 작성돼 공개 대상자들이 그 이후 보전 받은 선거비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산을 ―8억4694만 원으로 신고한 곽 교육감은 7월 취임 이후 선거비용으로 34억8700만 원을 보전 받아 실제 재산은 26억4000만 원에 이른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7800여만 원이라고 공개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9억2700만 원을 보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광재 강원도지사도 선거 후 재산이 3억6700만 원 줄어 5억417만 원이라고 신고했으나 이후 10억500만 원의 선거비용을 보전 받았다. 실제 재산과는 큰 차이가 나 공개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날 재산이 공개된 755명의 평균 재산 총액은 8억8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신임 광역단체장 8명의 평균 재산 총액은 8억 원으로 전체 평균에 못 미쳤다. 하지만 시장 군수 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118명의 평균은 12억5900만 원으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교육감 8명 평균은 5억7000만 원, 광역의회 의원과 교육의원 621명은 평균 8억1300만 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색적인 재산도 많았다. 박노욱 경북 봉화군수는 6억 원어치의 한우 165마리를, 이수완 충북도의원은 돼지 1300마리를 각각 재산으로 신고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말 두 마리(3800만 원)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길용 부산시 교육의원은 유명 대중음악 작곡가인 차남 작품인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 등 75곡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등록했다. 치과의사인 장영석 경북도의원은 3300만 원 상당의 18K 치과용 합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고했다.

○ 여전한 공개 거부

부모나 자녀의 재산공개를 거부한 공직자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에서만 이번 선거에 새로 당선된 구청장 23명 중 차성수 금천구청장을 비롯해 노원구 김성환, 동대문구 유덕열, 송파구 박춘희, 서대문구 문석진, 중구 박형상 구청장 등 6명이 부모나 자녀의 재산공개를 거부했다. 송영길 인천시장, 이광재 강원도지사, 우근민 제주도지사, 임혜경 부산시교육감,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등도 ‘독립생계를 유지한다’며 부모나 자녀의 재산공개를 거부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11월까지 재산을 형성한 자금의 출처, 취득 경위 등까지 조사할 계획이다. 3억 원 이상의 재산을 누락했거나 개인적 채권, 채무 등 확인이 쉽지 않은 재산을 1억 원 이상 잘못 신고한 경우는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동영상=곽노현 교육감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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