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대승호’ 北에 나포]대화단절 국면서 돌발사태… 송환 장기화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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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어선 ‘55대승호’가 동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에 나포돼 북한 성진항으로 예인되면서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추정되는 해역에서 나포됐다는 해경의 발표가 맞는다면 의도적 납북이라고 보긴 어렵다.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한 선박은 단속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남한 어선의 단순 실수로 인한 영해 침범의 경우 대부분 며칠 내로 송환했다. 지난해 7월 기기 고장으로 북한 영해로 들어갔다가 북한 경비정에 끌려간 ‘800연안호’는 30일 만에 선박과 선원 4명이 무사히 귀환했다. 2006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뒤 2개월 만에 우진호가 북한 영해에 들어가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북한은 18일 만에 어선을 송환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남측 어선의 영해 침범이 고의가 아닐 경우 무리하게 사태를 장기화하는 게 자신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동안의 관례를 감안하면 이번 대승호 나포도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현재는 남북관계가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의외로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로 남북교류가 전면 중단된 상태이며 북한은 지난달 동해상의 한미 연합훈련과 5∼9일 한국군의 서해 합동 기동훈련에 대해 “물리적 대응 타격을 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과거 남측 어선의 월선 사례는 북한 영해로 넘어간 경우였지만 이번에는 영해가 아니라 영해보다 넓은 개념인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주목된다. 북한 경비정이 영해 밖으로 나와 적극적으로 우리 선박을 나포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우리 어선에 범법 행위나 스파이 활동 혐의를 씌우며 문제를 복잡하게 끌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나포 지점이 배타적 경제수역이 아니라 공해상이라면 의도적인 납북에 해당하기 때문에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북한이 대승호 귀환을 매개로 남북대화를 제안해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에 조문단으로 파견된 김기남 노동당 비서를 통해 연안호 석방을 제안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대승호 나포에 대해 우리 정부에 별도의 통지를 해온 건 아직 없다”고 밝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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