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은행 공개않고 특정계좌 찍어 동결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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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융제재 ‘BDA방식’ 변형
은행 ‘조용한 압력’ 효과 클듯

“미국이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자금을 동결한 조치가 일반적인 타격이라면 이번 금융제재는 특정 계좌에 대한 외과수술적인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 미국의 대북 추가 금융제재 방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이 애국법 311조를 활용해 특정 은행을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한 뒤 이 은행에 예치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 2500만 달러를 동결시킨 BDA 방식과 달리 이번에 새롭게 취할 금융제재는 특정 은행을 거론하지 않으면서 북한 관련 계좌를 지정해 은행이 스스로 동결 또는 폐쇄하도록 압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금융제재 대상을 미국 연방관보에 게재하는 형식도 2005년과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호화 사치품 등의 거래를 담당하는 북한 기업과 개인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관보에 올릴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이들이 개설한 계좌의 은행과 해당국 정부가 알아서 협조하도록 무언의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이름을 명시하면 예금 동결을 우려한 일반 거래자들이 대대적인 예금인출에 나설 공산이 커 은행의 반발이 예상되므로 이를 피하는 ‘은밀한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제재 방식은 달라도 대북 압박 효과는 BDA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은행 이름이 적시되지는 않지만 해당 은행이 북한 계좌를 폐쇄하지 않으면 신뢰성을 잃게 되고 파산 위험에 이를 수도 있는 만큼 자발적인 참여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다만 걸림돌은 중국과 관련한 북한 계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천안함 사건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중국의 태도를 고려할 때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위 당국자는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가 특정 계좌에 대해 북한의 불법적인 활동과 관련됐다는 증거를 얼마나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라며 “증거가 명확하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거래에 대해서는 중국도 계좌 폐쇄 조치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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