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천안함 외교’ 쉽지않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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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 수교한 아세안 10국 성명… 안보리보다 후퇴한 ‘사건’ 표현
남북, 물밑서 외교전 본격화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앞두고 하노이 현지에서 남북 간의 ‘천안함 외교전’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한국 정부 대표단은 하노이에서 의장국인 베트남을 비롯한 참가국들과 ARF 의장성명에 반영될 천안함 피격 관련 내용을 협의하는 등 물밑 외교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21일 오후 하노이에 도착한 박의춘 북한 외무상 등 북한 대표단도 의장성명에 자신들의 입장이 한 줄이라도 더 반영되도록 막후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박 외무상은 공항과 숙소인 소피텔플라자호텔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방으로 올라갔다.

한국 정부는 의장성명에 천안함 공격을 규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의 기조가 유지돼야 하며 이에 반하는 북한의 주장이 성명에 병기될 경우 천안함 관련 항목을 아예 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세안 10개국이 모두 북한과 수교한 만큼 ARF 성명에 북한 주장이 병기되는 것을 막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21일 발표된 제43차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은 “9일의 안보리 의장성명을 지지한다. 천안함 침몰사건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개탄한다. 비극적인 이번 사건으로 다수의 인명 피해를 본 한국 정부에 유감과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지만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북한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또 안보리 성명이 명시한 ‘공격(attack)’이라는 단어 대신 ‘사건(incident)’이라는 표현만 쓴 채 관련국들에 극도의 자제와 신뢰 구축,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을 촉구했다. 아세안 외교장관회의는 북한이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 수위의 성명이 나왔음을 감안하면 ARF 성명은 더 후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은 이날 열린 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한이 안보리 성명의 정신을 존중해 잘못을 사과하고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을 촉구했으며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일부 아세안 외교장관은 천안함 사태를 규탄하거나 안보리 성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앞서 20일 ARF 참가국인 뉴질랜드 캐나다 측과 만나 성명 중 천안함 관련 내용의 기본 방향을 협의했다. 뉴질랜드는 ARF 참가국 중 한반도 문제 관련 견해가 같은 ‘유사입장그룹’(한국 미국 일본 뉴질랜드 캐나다 EU)의 의장국이다.

정부는 이날 ARF 의장국인 베트남 측과도 만나 성명 방향을 조율했지만 베트남 측은 분명한 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RF 기간 중 북한의 박 외무상과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의 회동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방한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2일 하노이에 도착한다.

하노이=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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