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이어 선진연대 파문]민주 “선진연대 3인+이영호 ‘메리어트 모임’서 인사 전횡”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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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인 ‘메리어트 모임’

민주 “사조직의 국정농단”
유선기 “들어본적 없는 모임”
박영준 차장도 “지어낸 얘기”

■ 정인철비서관 ‘프라자 모임’

본래 역할은 靑내부 업무조정
공기업-은행 영향력 행사 의혹
참석 자“청탁 자리 아니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을 ‘영포게이트’로 규정하며 공세를 펴온 민주당이 8일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후보의 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비선(秘線)에서 국정 전반은 물론이고 공기업 인사에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고 나섰다.

이른바 ‘영포(경북 영일-포항) 라인’의 비선 의혹에 집중해 왔던 공격의 포문을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의 국정, 인사 개입 의혹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정인철 대통령기획관리비서관, 유선기 선진국민정책연구원(선진국민연대의 후신) 이사장, 이영호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이 정기적으로 서울 서초구 메리어트호텔에 모여 공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내의 인사 문제를 논의, 배치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한마디로 사조직에 의한 국정 농단이고 월권행위”라고 주장했다.

정 비서관은 ‘영포 라인’은 아니지만 선진국민연대를 주도했던 박 차장이 2008년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제기한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에서 물러나자 후임에 임명됐다. 여권 일각에선 박 차장이 정 비서관을 ‘수렴청정’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대(對)청와대 보고 창구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비서관은 선진국민연대에 몸담지는 않았지만 박 차장의 추천으로 청와대에 입성해 ‘박영준 라인’으로 분류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메리어트 모임’은 정권 출범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개각 보고서를 올리고 공기업 감사 등으로 내려보낼 사람을 조정하는 한편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의 개인적 민원을 해결하는 창구였던 것으로 자체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런 모임에 대해 들어본 적조차 없다”며 “명예훼손으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 차장도 “100% 지어낸 이야기”라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야당의 주장대로 나를 비롯해 거명된 인물들이 호텔에서 모였다면 폐쇄회로(CC)TV에 찍혀 있을 테니 얼마든지 확인해보라”며 “부정확한 제보를 확인 과정 없이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메리어트 모임’과는 별도로 정 비서관이 최근까지 주요 은행장,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매월 한 차례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에 소집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KT 이석채 회장, 포스코 정준양 회장, 민유성 산업은행장, 윤용로 기업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등이 이 모임의 주요 참석자로 지목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비서관이 주도한 모임은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이뤄졌으며 ‘메리어트 모임’의 하위 조직 성격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정 비서관은 금융계와 재계를, 박 차장과 이 비서관은 공무원 조직을 각각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임 참석자로 지목된 인사들은 이날 동아일보의 취재에 “정보 교환의 자리였을 뿐 민원을 해결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윤 기업은행장은 홍보팀을 통해 “시간 되는 사람들이 비정기적으로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청와대에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건의사항이나 의견을 개진했다. 인사 등 민원을 해결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우리은행장은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저녁 모임을 가졌지만 CEO들끼리 정보교환을 한 자리였지 민원이나 인사 청탁을 들어주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은행 측이 전했다. 민 산업은행장은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의 모임 참석에 대해 “‘정례 모임’은 아니고 비정기적으로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업인이 평소에 친분이 있는 금융권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하는 자리를 굳이 피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비서관의 권한이 청와대 내부 업무조정임을 감안할 때 은행장, 공기업 CEO들과의 만남이나 정보 교류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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