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6일 2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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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남과 북이 극한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철수와 잔류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24일 정부의 개성공단 상주인력 축소 조치에 이어 25일 북 측이 8개항의 보복조치를 내놓으면서 기업인들은 26일 개성공단 통행차단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북측이 개성공단 출입동의서를 보내와 남측 인력과 자재는 평소처럼 북으로 들어갔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북한이 남측의 대북 제재조치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개성공단 폐쇄카드를 들고 나올 것으로 보고 철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개성공단 안팎에선 지난해 현대아산 유 모 씨 억류사건처럼 북한이 꼬투리를 잡아 개성공단 임직원을 억류, 협상에 이용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돌아 분위기가 흉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 입주기업에선 직원들이 개성공단 파견을 거부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직원들의 신변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철수를 원하지만 현실적 여건 때문에 생산시설을 계속 가동할 수밖에 없는 입주기업들이 적지 않다. 최근 상주인력이 7명에서 2명으로 줄어든 의류업체 A사 대표는 북측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26일 방북할 예정이었지만, 개성공단 현지 법인장이 "신변을 보장할 수 없다. 한 명이라도 무사히 남측에 남아 뒤를 돌봐줄 필요가 있다"고 설득해 그냥 남기로 결정했다. 그는 "마음 같아선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모두 남측으로 철수시키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자진 철수시 경협보험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없는데다, 반(半)제품 상태로 북에 쌓여있는 원자재를 완제품으로 가공하지 않으면 손실 폭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부분은 A사처럼 임가공 위주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따르고 있어 주문량을 채우지 못하면 바이어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까지 당할 수 있다. 정부의 상주인력 50~60% 축소 조치로 생산량과 품질이 예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어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기존 체류 인력 규모도 2008년 북한의 12·1 조치 때문에 생산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줄인 것"이라며 "여기서 절반이 없어지면 일손 부족으로 납기를 맞추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동영상 = 北어뢰 파편 공개…천안함 침몰 결정적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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