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 “못참아”… ‘비전’엔 올인… 연민의 情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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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한복판에 선 세종시… 역대 지방선거 충청 민심은
1995년 ‘팽 당한’ JP, 자민련 창당
‘핫바지론’으로 민자당에 24 대 4 압승

1998년 DJP정권 개발공약 쏟아내
자민련, 야당 한나라에 24 대 0 완승

2006년 ‘피습’ 박근혜 “대전은요?”
한마디 말로 한나라 광역단체장 싹쓸이

‘세종시 논란’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세밑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문제가 결론나지 않는다면 이 이슈가 선거 판도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세종시의 해당 지역이자 그동안 역대 중요 선거에서 정당 간 승패를 가르는 승부처 역할을 해온 충청권 표심의 향배다. 1995년부터 네 차례 치러진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표심은 자신들을 홀대한다 싶을 땐 ‘가해 정당’에 철퇴를 가했으며 지역 맹주를 자처하며 새로 비전을 제시하는 정당엔 ‘올인’하는 경향을 보였다.

○ 충청 핫바지론 주효… ‘홀대’에 철퇴

1995년 지방선거에선 신생 정당 자유민주연합이 당시 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을 24 대 4로 격파했다. 이때 주효했던 것이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의 ‘충청권 핫바지론’이다. 1990년 3당 합당을 주도했고 김영삼(YS) 정부 출범에 공헌한 JP는 정권 중반기 YS로부터 팽(烹)당한 뒤 탈당해 자민련을 창당했다. 당시 충정권 맹주인 JP가 여권으로부터 내몰리는 모양새 자체가 충청민심을 자극했으며 자민련은 이런 정서를 적극 활용했다. 대전시장 후보로 출마한 자민련의 홍선기 후보는 “여당이 우리들을 ‘핫바지’로 부를 만큼 충청인이 무시당하고 있다”면서 “충청인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자민련에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줘 민자당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결과 대전 충북 충남 3개 광역자치단체장 모두를 자민련이 석권했으며 31개 기초단체장 중 21개를 자민련이 가져갔다. 민자당은 기초단체장 4석, 민주당 3석을 얻는 데 불과해 여당으로선 유례없는 대패를 당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집권말기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충청권에 선물하고도 대패했다. 이 역시 11년 전 ‘충청도 핫바지론’의 재판이라는 해석이 많다. “달라고 하지도 않은 걸 준다고 하더니 ‘그걸로 재미를 봤다’고 얘기하고 다니는 것 자체가 충청민심에 충격이었다”는 것이다.

자민련이 사라진 2006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중심당이 등장했으며 지방선거전 도중 면도칼 테러를 당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연민’이 돌풍을 일으켰다. 박 전 대표가 병원에서 꺼냈다는 “대전은요?”라는 한마디가 표심을 자극해 박성효 후보를 대전시장에 오르게 했다는 게 정설이다. 충청민심은 3개 광역자치단체장 모두와 33개 기초단체장 중 16석을 한나라당에 몰아주고 국민중심당과 열린우리당엔 기초단체장을 7석씩 나눠줬다.

○ ‘이회창 지도자론’… 비전엔 ‘올인’


1998년 지방선거에선 자민련이 24 대 0으로 한나라당에 압승했다. ‘DJP 공동정권’ 창출로 여당이 된 자민련에 충청민심이 압도적으로 쏠린 것. 김대중(DJ) 정부 당시 국무총리인 JP와 자민련 후보들은 여당이라는 장점을 선거에 적극 활용해 충청권 개발 공약을 많이 했다. 충청민심은 이런 자민련의 비전에 ‘올인’했으며 선거 결과 3개 광역단체장 모두와 31개 기초단체장 중 21개를 자민련이 차지했다. 한나라당은 충청권에서 단 한자리도 건지지 못했다.

하지만 2002년 지방선거에선 자민련의 충청권 독점 시대가 깨졌다. 충청권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또 다른 ‘비전’이 생겼기 때문. 충청 출신을 표방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는 “충청도는 자민련 때문에 완전히 자존심을 구겼다. (JP가) 민주당 정권 창출을 도와줬지만 권력의 곁방살이 외에 얻은 게 뭐가 있느냐”며 충청권 소외의 책임을 자민련에 떠넘기면서 공격했다. 선거결과 YS, DJ와의 두 차례 공동집권 이후 또다시 팽당한 JP의 ‘핫바지론’의 ‘약발’이 다하면서, 충청민심은 ‘미래권력’이자 충청권의 신흥 맹주로 여겨지던 이회창 당시 총재의 비전에 사실상 손을 들어줬다. 대전시장과 충북지사는 한나라당, 충남지사는 자민련, 기초자치단체장 31자리는 자민련 15, 한나라당 9자리 등으로 나뉘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선 ‘세종시 이슈’를 충청권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승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표심이 세종시 수정안을 각종 혜택을 담은 ‘비전’으로 생각할지, 원안의 행정기능을 빼앗은 ‘홀대’로 생각할지 아직은 단정하기 어렵다. 여기에 2006년 한나라당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박근혜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고수’ 방침이 민심에 미칠 파장을 점치기 힘든 복잡한 함수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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