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남북정상회담 대가 없다… 원칙 양보하는 일 없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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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강조
‘만남을 위한 만남’ 배제… 北에 가이드라인 제시
玄통일 “북핵 해결 도움돼야”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연내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관련해 “정상회담을 위한 대가는 있을 수 없다는 대전제하에 남북 정상이 만나야 한다. 이 원칙을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가 끝난 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 “정상회담 관련 얘기들이 요즘 언론에서 나오는데 국무위원들도 (진행) 상황을 알고 싶다”고 말하자 “통일부 장관이 답변할 정도로 진행되는 게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관련해 언론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확고한 원칙 아래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원칙이 충족되지 않으면 성사될 수 없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 연내 개최설이 분분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대가는 있을 수 없다”는 대전제를 제시하고 나선 데는 몇 가지 함의(含意)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상회담은 북핵 폐기와 경제적 지원을 위한 그랜드바겐(북핵 일괄타결)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만남을 위한 만남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거래를 할 뜻이 없음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의미 없는 만남이라면 임기 내에 굳이 정상회담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반면 의미 있는 만남이라면 1년에도 몇 번씩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올 초 신년 연설에서 남북 간 고위급 대화기구 설치를 제안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여기엔 남북관계 전망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자신감이 배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남북관계의 본질적인 문제, 즉 그랜드바겐 제안을 놓고 담판을 지을 생각이 있으면 회담에 나오라는 ‘통첩’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세 번째 정상회담까지 북한에서 해야 하느냐’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는 국내 일부 보수 진영에 대한 메시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같은 ‘거래’는 없을 것이며 투명성을 담보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정상회담과 관련한 시기와 의제 등을 놓고 갖가지 관측이 난무하면서 마치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직접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현 장관도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바람직한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 진전에 도움이 되고 인도적 문제인 국군포로, 납북자 해결에 도움이 되는 회담”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에 따라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북한은 올 초부터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지만 최근 남측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된 정상회담 관련 논의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 없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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