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꼬여버린 6자회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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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평화협정 제안, 인권-우라늄 核 이어 새로운 난제로
한미 “6자복귀-비핵화가 우선”

북한이 11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을 제안함에 따라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북핵 6자회담에 또 하나의 난제가 던져졌다. 여기에다 로버트 킹 미국 대북인권특사가 언급한 북한 인권 문제, 북한이 시인한 우라늄 농축 핵개발 문제도 새로 짚어야 할 의제들이다.

○평화협정 논의는 어떻게 시작하나

평화협정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최근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는 게 한국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북한의 평화협정 주장은 과거에는 비핵화 논의가 막힐 때 미국 측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보완용’이었지만 최근에는 비핵화 논의를 대신하려는 ‘대체용’으로 다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한국 정부의 생각이다. 북한이 북-미 간 평화협정을 6자회담 진척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미 양국은 ‘북한의 가시적인 핵 폐기 움직임이 있고,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의 길에 접어들 때 평화협정 체제 논의를 시작한다’는 원칙 아래 대응하고 있다.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11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답하고 9·19 공동성명의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이행하는 것이 먼저”라며 “그러면 다른 논의도 기꺼이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또 “9·19 공동성명에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관계정상화 및 경제·에너지 지원 등 여러 요소가 포함돼 있다”며 “미래의 평화협정 협상에 우리가 유일한 당사국은 아니다. 6자회담 같은 다자포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진수 주중 북한대사는 12일 베이징 북한대사관에서 교도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회담에 참여할 정전협정 당사자로 미국과 중국을 거론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당시 휴전협정에 반대해 조인하지도 않았고 지금도 한국이 협정에 반대하는지 알지 못한다”며 한국과의 회담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양보할 수 없는 북한 인권 문제”


11일 킹 특사가 “북한 인권 문제가 6자회담 맥락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앞으로 6자회담의 순항을 장담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북한도 반발하겠지만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겠다는 미국 측의 의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7일 상원 인준을 통과한 킹 특사는 임시직이던 제이 레프코위츠 전 특사와 달리 상근직 대사급이다. 그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 성 김 6자회담 대표와 함께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산하 대북정책과에 소속돼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북-미 관계 정상화 논의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미국은 옛 소련이나 중국 등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도 △안전보장 △관계개선 △인권개선을 3대 핵심 쟁점으로 다뤄 왔다.

○최대 난항인 우라늄 핵개발 문제

북한은 지난해 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 대응하는 외무성 성명에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문제가 실제로 6자회담 협상장에서 제대로 논의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주장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정에 따라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경수로 건설을 결정했으며 이를 위한 핵연료 공급 목적으로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우라늄 핵개발이 이전부터 진행된 게 아니라 마치 지난해 6월 유엔 제재 이후부터 시작된 것처럼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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