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예산 사태 피했지만… 적어도 보름은 재정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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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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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배정→집행’ 평균 한달
이달 중순께야 현장 돈 풀려
대폭 증액된 일자리 예산도
빨라야 3월 월급 지급 가능

새해 예산안이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서 가까스로 처리되면서 사상 초유의 준(準)예산 사태는 피했지만 경기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재정을 조기 집행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예산안 늑장 처리 탓에 발생할 수 있는 재정 공백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1일부터 수정된 예산안에 맞춰 예산배정 및 집행계획을 새로 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당초 정부는 올 3월까지 전체 예산의 30%, 6월까지 60%를 집행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정 조기집행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예산안이 국회에서 너무 늦게 처리된 탓에 이 같은 일정을 지킬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졌다.

통상 예산안이 확정된 뒤 예산 배정에 7일, 사업공고 등 사전 준비에 15일, 자금 집행에 7일 등 평균 한 달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재정부는 예산안 처리가 지연될 것에 대비해 지난해 말 각 부처에 신속한 자금 집행을 위한 비상계획을 준비하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각종 행정 절차를 최대한 단축해도 빨라야 이달 중순에나 정부가 집행한 자금이 현장에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예산안은 법정기한(12월 2일)보다 늦긴 했지만 2008년 12월 13일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회계연도 개시(1월 1일) 전 예산 배정’ 제도를 활용해 11조 원이 넘는 돈을 미리 배정하고 1월 2일부터 바로 집행할 수 있었다. 올해는 조기집행의 열쇠인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정부가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려는 것은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의 한파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중 일자리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이 수정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예산안 중 미취업 대졸생 취업 지원(79억 원), 학습보조 인턴교사 채용 지원(180억 원), 주부 등 단시간 근로 창출 지원(34억 원) 등은 당초 정부안에 없었던 사업들이다.

하지만 일자리 예산을 늘리더라도 조기에 집행하지 못하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일자리 사업은 대상자를 모집해서 선정하기까지 사전 준비기간이 다른 사업보다 배 이상 걸린다. 이 기간을 단축해 다음 달에 시작해도 실제 월급이 지급되는 것은 3월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고용여건이 가장 어려운 1, 2월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희망근로의 경우 격주급 및 월급보다는 주급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600억 원이 증액된 호남고속철도 건설, 300억 원이 늘어난 여수산업단지 진입도로 건설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도 적기에 완공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2일까지 각 부처로부터 수정된 예산배정 및 집행계획을 받아 검토한 뒤 4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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