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의원 정당충성도 ‘친이’ 80.1% - ‘친박’ 78.4%

■ 與 계파별 표결 성향
친박, 與 건보법 개정 찬성률 친이보다 23%P 낮아
野 석유公법 개정땐 찬성률 역전… ‘여당내 야당’ 役

국회는 올해 4월 30일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의 징수업무를 모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단일화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었다. 이 개정안은 한나라당이 적극 추진하는 ‘중점 법안’ 중 하나였지만 본회의 표결 결과는 찬성 145표, 반대 47표, 기권 23표, 불참 79표로 법안을 지지하는 의원이 예상보다 적었다. 재적 의원(당시 294명)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되는 국회법 절차에 따라 무난히 통과되긴 했지만 찬성률은 49%로 저조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한나라당 내 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에 비해 친박(친박근혜)계의 찬성률이 크게 낮았기 때문이다. 본보가 한나라당 의원들을 계파별로 나눈 결과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이 법안에 대한 친이계의 찬성률은 85.1%였지만 친박계의 찬성률은 61.9%로 나타났다. 찬성률 차가 23.2%포인트나 됐다.

반면 바로 전날인 4월 29일 국회에서 처리된 한국석유공사법 일부개정안은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이었지만 친박계의 찬성률(81%)은 친이계(75.5%)보다 높았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주요 법안 처리 과정에서 “친박계가 우리 당 맞냐”고 불만을 터뜨린 배경과 무관치 않은 것이다. 18대 국회(올해 9월 말까지)에서 111개 주요 법안에 대한 친이, 친박계의 찬성률 차는 평균 3.1%포인트였다. 특히 한나라당이 중점 법안으로 분류해 추진한 법안에 대한 찬성률에서 친박계는 친이계보다 4.2%포인트 낮았다.

김민전 교수가 연구한 정당충성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내에서 친이계(80.1%)의 충성도가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중립성향(78.7%) 친박계(78.4%) MJ(정몽준 대표·60.9%)계의 순이었다. ‘한나라당 밖 친박계’를 표방하는 친박연대 의원들을 포함해 ‘친박 그룹’으로 따져보면 한나라당에 대한 충성도는 76.1%로 더 낮아진다. 개인별로도 충성도 지수 상위 51명에 포함된 한나라당 의원 42명 중 친박계는 정갑윤 서상기 김태원 의원 등 15명밖에 없었다. 친박계가 사실상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회 내에 ‘친박그룹’이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존재한다는 가설이 이번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입증된 것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