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입 다물고… 정부 입 못열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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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 공식 발표 안해
“대북 정보력 부재” 지적 나와
北, 과거엔 매체통해 당일 발표
정부 “정보 있지만 공식확인 안돼”
소식통마다 교환 한도 달라 혼선

국내외 언론매체가 잇달아 북한의 화폐개혁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과거와 달리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 알려진 정보도 소식통에 따라 내용이 달라 정부가 정확한 내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북한 전문 인터넷매체인 데일리NK가 첫 소식을 전한 후 1일에는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이 발행하는 ‘오늘의 북한 소식’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도 이날 평양발 기사를 통해 북한의 화폐개혁을 확인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입을 다물고 있다. 북한은 1947년, 1959년, 1979년, 1992년 등 현재까지 모두 네 차례 화폐개혁을 단행했으며 1947년을 제외하고는 화폐개혁 조치를 취한 당일 노동신문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데일리NK는 이날 “북한 당국이 내부 유선라디오 방송인 제3방송을 통해 화폐개혁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고 보도했지만 제3방송은 외부에 보도되지 않는 것이어서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일 “그동안 북한 화폐개혁과 관련한 첩보들은 있었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며 “유관기관과 함께 사실 여부를 다각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개성공단에 출근한 북측 간부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사실을 수소문했지만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사전에 입단속을 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선 정부의 대북 정보력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한 당국자는 “우리도 북한의 화폐개혁에 대해 나름대로 충분히 정보를 확보했지만 아직 몇 가지 대목에서 엇갈리는 정보가 있는 데다 북한이 조만간 발표할 수도 있는 만큼 우리가 먼저 부정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금까지 소식통들의 전언 가운데 일치하는 것은 북한이 헌 돈과 새 돈을 100 대 1로 바꿔준다는 대목뿐이다. 그러나 가구당 헌 돈의 교환 한도는 북한돈 10만 원부터 15만 원까지 소식통마다 다르다. 북한 당국이 가구별로 10만∼15만 원 초과분을 은행예금 형식으로 받아주겠다고 했다는 한도도 제각각이다. 한도가 30만 원이라는 전언이 있지만 한도 없이 교환비율을 200 대 1로 받아준다는 얘기도 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내부적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단 지역별로 개인과 가구에 통보를 한 뒤 공식 발표를 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북한 특유의 비밀주의 탓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한은 2002년 7월 1일을 기해 임금의 대폭적인 인상과 상품·서비스의 가격 인상 등을 골자로 하는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취했지만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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