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파병 원죄’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여당땐 찬성하고 이젠 반대”
비판 우려 당론 채택 불발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민간재건팀(PRT) 확대 및 보호병력 파견 방침을 놓고 민주당이 몸살을 앓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아프간 파병 반대가 당론”이라고 밝혔지만 18일 의원총회에서 이를 공식 당론으로 채택하지 못했다.

사무총장인 이미경 의원은 “파병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반대했다. 강창일 김상희 의원도 “아프간은 예전 베트남전쟁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논리를 펴며 동조했다. 그러나 예비역 육군 대장인 서종표 의원은 “국제 협력 차원에서 PRT는 필요하고, PRT 보호를 위해서라면 불가피하게 병력을 보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의원은 “서둘러 결정할 필요가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의원들 간 의견이 엇갈리자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현재 상황에서는 당론을 추인할 수가 없다”며 논의를 끝냈다.

이처럼 민주당이 갈팡질팡하는 것은 해외 파병이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민주당의 전신 열린우리당은 여당으로서 이라크 파병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야당이 된 지금은 파병 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경우 “여당일 때는 찬성하고 야당이 되니까 반대하느냐”라는 비판을 받는 게 불가피하다. 당장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민주당이 과거 군 중심의 파견을 했으면서 민간 중심의 파견을 거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당위론을 폈을 때도 열린우리당은 파병 찬반 의견이 엇갈려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파병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진보단체들은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의 낙선운동을 전개하는 등 전통 지지층 일부가 열린우리당에 등을 돌리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책위원회를 통해 소속 의원 전체의 찬반 의견을 조사한 뒤 당론을 결정할 방침이다. 민주당이 우여곡절 끝에 파병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더라도 의원들의 개인 의견을 존중하는 ‘권고적 당론’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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