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이주호 이어 류우익도… ‘靑 올드보이’ 속속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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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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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 前실장 주중대사 내정

1년 반 만에 복귀 류우익
실세지만 정치권에선 꺼려, 국내현안과 먼 대사직 낙점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이 주중국 대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한번 MB맨이면 영원한 MB맨’이라는 공식이 어김없이 적용된 것이다.

류 전 실장은 대선 때부터 이명박 후보 캠프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원(GSI) 원장을 맡아 현 정부의 철학과 정책 기반을 입안한 핵심 인사다. 이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경우에 따라선 직언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출범과 함께 초대 대통령실장을 맡아 정권의 최고 실세로 떠올랐지만 작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의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했다. 이번에 복귀하면 1년 5개월 만에 정부에 다시 입성하는 셈이다. 류 전 실장은 청와대를 떠난 뒤에도 이 대통령에게 자주 조언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안팎에선 이번 주중 대사 내정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류 전 실장에 대한 배려를 놓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류 전 실장은 그동안 인사가 있을 때마다 국정원장이나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촛불사태 당시 청와대 참모진의 수장(首長)이었다는 부담과 함께 야권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류 전 실장의 다소 독단적인 성격을 들어 반대하는 기류가 많았다.

이 때문에 정부에 복귀시키면서도 국내 현안과는 다소 거리가 먼 주중 대사 자리를 제안함으로써 정치권의 반발도 무마하고 류 전 실장의 체면도 살려준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최근 중국 정부도 고위 인사를 신임 대사로 보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더욱 긴밀한 한중 관계를 위해 중량급의 고위 인사를 보내면 중국 정부가 환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류 전 실장이 남북 접촉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룰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류 전 실장의 복귀가 사실상 결정됨에 따라 지난해 촛불시위 사태로 옷을 벗었던 대통령수석비서관 6명 중 4명이 컴백하게 된다. 김중수 경제수석은 사퇴한 지 2달 만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임명됐고 곽승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올해 1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이주호 교육문화수석도 올해 1월부터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으로 일하면서 ‘차관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주러시아 대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도 올해 ‘9·3 개각’에서 물러난 뒤 불과 2개월여 만에 다시 등용됐다.

이 대통령의 측근 재(再)기용은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은 끝까지 챙긴다는 점을 보여줘 충성심을 유도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회전문 인사’나 ‘보은 인사’라는 비판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협소한 인재풀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류우익 주중 대사
△경북 상주(59) △상주고, 서울대 지리학과 △서울대 교수 △프랑스 지리학회 종신명예회원 △세계지리학연합회(IGU) 사무총장 △대통령실장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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