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남북관계 악화 원치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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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수뇌부 개입여부 신중론… 북핵 의제 유지에 초점

11일 청와대는 전날 서해에서 있었던 남북 해군 함정 간 교전의 원인과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만반의 안보태세를 갖춰나갈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교전이 우발적으로 발생했는지, 사전에 계획된 도발이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지금은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공식 판단을 유보했다.

외교안보라인의 한 참모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것은 분명히 고의적이다. 도발은 도발이다”라면서도 “하지만 당시 북한 경비정이 상부의 어느 선과 의사소통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NLL 침범과 교전이 북한 군부의 ‘단독 플레이’인지, 최고 지도부의 재가를 받은 사안인지 등이 확인돼야 정부 차원의 대응 수위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당국도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제한된 의도를 가진 도발로 본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제한된 의도’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100% 우발적인 행동도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군이 NLL 침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시험해 보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청와대의 조심스러운 태도 근저에는 이번 교전으로 인해 남북 간 기존 질서가 헝클어져선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이로 인해 미국 등 주변국의 개입과 중재가 뒤따를 경우 그동안 한국 정부가 추진해 온 그랜드바겐(북핵 일괄타결) 등 핵심 의제는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말까지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북-미 직접대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굵직한 외교 일정이 잡혀 있는 만큼 당분간 남북관계의 기본 틀을 지금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서해교전 직후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침착하고 의연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같은 내부 기류와 맥이 닿아 있다. 외교안보라인의 다른 참모는 “이번 사안을 그냥 덮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태가 확산되는 건 우리가 끌고 가려고 했던 남북관계 구상과 결이 다르다”고 전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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