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치 않은 ‘경남 盧風’… 충북까지 자극한 ‘세종시 逆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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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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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재한 친노 양산 송인배 선전 끝에 석패… 민주 “지방선거 기대”
불안한 충청 “세종시 수정되면 인근 혁신도시도 축소” 野호소 먹혀
무소속 부진 김양수-임종인 등 지명도 높았지만 ‘死票심리’ 못넘어

마스크 쓰고 개표국회의원 재·보선이 실시된 28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2동 수성고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장안구 선거관리위원회 자원봉사자들이 개표를 하고 있다. 신종 플루 예방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마스크를 썼다. 원대연 기자
마스크 쓰고 개표
국회의원 재·보선이 실시된 28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2동 수성고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장안구 선거관리위원회 자원봉사자들이 개표를 하고 있다. 신종 플루 예방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마스크를 썼다. 원대연 기자
■ 판세 좌우한 변수는
《10·28 재·보궐선거에서 특히 관심을 모았던 관전 포인트는 △경남 양산 선거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영향력이 미풍(微風)에 그칠지, 태풍이 될지 △충북 지역에서 세종시 논란이 표심을 가를지 △‘무소속 바람’이 불지 등이었다. 개표 결과 노풍(盧風)은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위력을 보여줬고, 세종시 논란은 한나라당의 패배를 가져왔다. 반면 무소속 바람은 전반적으로 미풍에 그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애도 정서 위력

경남 양산에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 정서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걸로 분석된다. 한나라당 텃밭인 이 지역은 당초 박희태 후보가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를 현 정부의 정치적 타살로 규정하고 ‘투표로 복수하자’는 구호를 내세운 민주당 송인배 후보가 친노(친노무현)세력의 지원을 받아 뒷심을 발휘하면서 근소한 차로 추격해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다.

민주당은 이번에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변호사와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친노 인사들을 총출동시켰다. 민주당은 결과적으론 패배했지만 표차를 좁힌 것 자체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대항해 싸울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불모지에 가까운 영남에서 기적과도 같은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이 지역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선 한나라당 후보가 38.9%, 무소속 후보가 33.37%를 득표했으며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2007년 대선 때는 한나라당이 55.4%, 민주당이 14.1%를 득표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양수 전 의원과 친박(친박근혜)계 유재명 후보가 무소속 출마하면서 여권표가 분산돼 고전을 면치 못했다.

○ 막판 위력 발휘한 세종시 논란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선거구에서 경대수 후보가 예상보다 큰 표차로 패하자 한나라당 측은 “우려했던 세종시 문제가 결국 막판에 승부를 갈랐다”며 아쉬워했다. 한나라당 송태영 충북도당위원장은 “큰 틀에서 세종시 문제가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 역시 “(세종시 문제가 득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선거전에서) 세종시를 많이 활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이 지역이 세종시 건설 예정지인 충남 연기-공주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세종시 문제가 표심을 가를 쟁점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알파’ 발언 등으로 세종시 문제가 계속 부각되고 충청 지역 시민단체들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세종시 원안이 변경되면 이 지역에 건설될 진천-음성 혁신도시(중부신도시)도 축소될 것”이라며 혁신도시와 세종시를 연결시켰다. 당황한 한나라당은 “혁신도시를 예정대로 건설하겠다”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지역민들의 불안 심리 확산을 막지 못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세종시 문제가 충청권 전체의 현안으로 자리잡게 되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힘든 싸움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 ‘무소속 돌풍은 없었다’

당초 이번 선거에서 득표력 있는 무소속 후보들이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초반 여론조사 결과 경남 양산의 김양수 후보,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의 김경회 후보, 경기 안산 상록을 임종인 후보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 무소속 출마한 김양수 후보와 김경회 후보가 친여 성향의 표를 잠식하면서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와 경대수 후보는 선거전 내내 고전했다. 결국 박 후보는 박빙의 차로 승리했지만 경 후보는 낙선했다. 임종인 후보는 민주당 김영환 후보와의 단일화가 무산되자 끝까지 완주했지만 3위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무소속 후보가 1명도 당선되지 못한 것은 4월 재·보선 5곳 중 3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던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한나라당-민주당의 양자 대결 구도 속에 무소속 후보들은 유권자들이 자신이 던진 표가 사표(死票)가 돼버릴 것을 우려하는 심리를 뛰어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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