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핵보유 北과 절대 협상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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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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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비핵화 연설서 강조
“北 핵폐기 의지 안보이면
국제사회 제재 계속될 것”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사진)은 21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인 ‘핵 없는 세상’을 구현할 구체적인 방법론을 내놨다. 또한 북한이 명백한 핵 폐기 의지를 보이기 전에는 북한과의 핵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오전 미국평화연구소(USIP)에서 ‘비확산 체제의 강화: 미국이 주도하는 외교캠페인’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미국은 북한과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양자접촉을 할 의향이 있지만 단순히 북한이 대화에 돌아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북한이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현재 국제사회와 유엔이 취하고 있는 제재는 결코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 야심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은 북한과 절대로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클린턴 장관은 또 “미국은 핵 비확산 체제를 강화하고 핵 테러의 잠재적 위협요소를 제거하는 한편 핵 없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핵무기 제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본토 방위는 물론이고 동맹국에 대한 안보공약 이행은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모든 적(enemy)들은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와 언론들은 이날 클린턴 장관의 연설을 ‘메이저 스피치(주요 연설)’라고 명명했다.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정책의 근본원칙을 밝힌 중대 연설이라는 뜻. 클린턴 장관은 먼저 미국이 러시아와 벌이고 있는 핵무기 감축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12월 5일 끝나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체할 후속 협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미국 핵시설 사찰을 포함한 양국 간 무기사찰안에 잠정 합의했다”며 “다른 핵보유국들도 현재의 핵무기를 감축하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국무부 주도로 추진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상원 비준 노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현재 미발효 상태인 CTBT는 원자로 보유국인 44개국의 비준 후 180일이 지나야 효력을 갖는데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9개국이 서명 또는 비준을 미루고 있다. 10년 전 미국 상원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명한 이 조약에 대한 비준을 거부했다. 클린턴 장관은 “핵무기 감축과 비핵화 노력은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안정과 평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이란 저농축 우라늄 3국서 가공
핵무기용으로 쓸 수 없게 처리” ▼
美-佛-러-이란 초안 합의

핵 개발 의혹을 받는 이란이 주요 서방국가들과의 협상에서 저농축 우라늄을 제3국으로 보내 핵무기용으로 쓸 수 없도록 가공하는 데 합의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2차 이란 핵 협상에 참가한 이란 미국 러시아 프랑스가 합의문 초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는 23일까지 합의문에 서명할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란 측 협상대표인 알리 아스가르 솔타니에 IAEA 주재 이란대사는 “협상은 성공적이었으며, 본국 정부가 초안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의문 초안의 주요 내용은 이란이 보유한 저농축 우라늄 1600kg 중 75%인 1200kg을 올해 안에 러시아로 보내 의료용 원자로의 연료로 쓸 수 있게 농축한 뒤 연료봉 형태로 되돌려 받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 연료봉은 핵무기용으로 쓸 수 없도록 제조된다. 또 이란에 남게 되는 저농축 우라늄 400kg은 핵무기를 만들기에는 부족한 양이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합의를 통해 이란이 저농축 우라늄을 핵무기용으로 쓸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으로 가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요 서방국가들의 의심은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핵 전문가인 미국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란은 1년 남짓이면 저농축 우라늄 1200kg을 다시 만들 능력을 갖고 있다”며 “이번에 합의가 이뤄져도 이란에 핵문제 해결의 시간을 벌어준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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