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경제 향상 7개년 계획 세웠던 북한, 南군사정권 출현에 놀라 “국방강화” 선회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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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6 이틀뒤 정책 수정

북한은 남한에서 5·16군사정변이 발생한 이틀 뒤인 18일 조선노동당 중앙위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대책을 논의했다. 그 결과 민간경제부문을 희생하더라도 국방력 강화에 주력하는 이른바 ‘국방-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하고 인민경제 향상을 위한 1차 7개년 계획의 시작을 1963년까지 2년 미루는 결정을 내린다. 다음은 당시 북한 당국이 중국 외교관에게 전한 회의 결정 내용의 요지다.

“우리는 경계를 강화하고 국방 강화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1차 7개년 계획을 1963년까지 연기해야 한다. 올해부터 1963년까지 우리는 인민경제 계획의 발전을 늦추고 국방과 방어 요새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는 군인을 징집하고 젊은이들을 군대에 동원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업부문의 노동자 수를 줄이고 그들을 국방산업과 방어 요새들에 재배치해야 한다. 우리는 더욱 경계심을 가져야 하고 검소하게 살고 생산을 증대해야 하며 사치스럽게 먹고 마시지 말아야 한다. 오늘내일 전쟁이 일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인민들의 근심과 유언비어를 막아야 한다.”

1차 7개년 계획 추진을 2년 연기한다는 이 결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3개월 뒤인 1961년 9월 제4차 노동당대회에서 인민경제 향상을 위한 1차 7개년 계획 및 ‘사회주의의 전면적 건설’을 선포했다. 북한이 당초 결정을 번복하고 1961년 9월 1차 7개년 계획을 시작한 것은 소련과 중국 등 우방국의 경제 원조를 기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우방국의 도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북한 지도부는 결국 1966년 10월 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 이 계획을 3년 더 연장하는 결정을 내렸다.

학계에선 그동안 북한 지도부가 1962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4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인민경제의 발전이 다소 제약되더라도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른바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의 병진 노선’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1년 반 전에 국방-경제 병진노선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이번 문서로 확인됐다.

북한이 국방-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한 이유도 국제적 환경 변화 탓이 아닌 남한의 정국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학계는 그동안 북한이 중-소 분쟁에 따른 사회주의권 내부의 분열과 1962년 10월 발발한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소련이 보여준 비겁한 태도에 실망감을 느낀 나머지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걸고 그해 12월 국방-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한 것으로 설명해 왔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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