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南 대화 제의한 날, 北 단거리 미사일 발사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50분


코멘트
임진강 수해방지-적십자 접촉 대북제의 하자
北, 동해에 5발 쏴… 정부 “통상적인 훈련일 뿐”

북한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통해 미국과 한국, 일본 등에 ‘러브 콜’을 보낸 지 이틀 만에 동해상으로 단거리미사일 5발을 발사하는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에 대화의 손을 내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력 도발을 하는 전형적인 ‘양면전술’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북한은 12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기, 3기의 단거리미사일을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남쪽의 한 지상기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옛 소련의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 SS-21을 개량한 KN-02 미사일(최대사거리가 160km)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북한은 10일부터 20일까지 동 서해안에 선박항해금지구역을 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해상으로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올해 7월 초 이후 3개월 만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4∼6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중국 원 총리가 10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북측이 미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하려 한다”고 전한 뒤 나온 북한의 도발이어서 그 의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예상하지 못한 채 이날 오전 남북 당국 간 실무 대화를 갖자고 제의했던 정부 관계자들은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한 당국자는 “정부의 대북 대화 제의와 미사일 발사는 다른 사안으로, 통상적인 미사일 훈련일 것”이라고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 남한에 대한 불만을 핑계로 단거리미사일 성능 개량을 위한 시험발사를 한 것으로 관측했다. 북한은 현재 미국과의 양자 접촉으로 핵 폐기와 보상을 맞바꾸는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지만 미국은 양자 접촉으로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겠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또 최근 동해를 통해 귀순한 북한 주민 11명을 송환하라고 네 차례나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정부, 회담의제-시기 등 사전 준비한 듯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는 2006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18호와 올해의 결의안 1874호 위반”이라며 “북한이 기술 개발로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단거리미사일에 탑재한 뒤 남한과 일본 등을 위협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임진강 수해 방지와 관련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14일 개성공단 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인도적 문제를 다룰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16일 금강산에서 각각 열 것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이날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의 통지문을 모두 받아갔다.

이날 정부의 대화 제의는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통해 북한 김 위원장의 관계개선 메시지를 전달받고 이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었다. 그동안 당국 간 회담을 준비해온 정부는 원 총리의 방북 등 북한을 둘러싼 주변국의 외교활동을 지켜보며 구체적인 제의 시기를 조율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남북관계는 이날 남측의 실무대화 제의에 북측이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에 달려있다. 일단 북측이 오래 기다려온 사안인 탓에 남측의 대화 요구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북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무대화가 열리더라도 북측이 임진강 수해 사건에 대한 사과 등 남측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에서 결과를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