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가장 아끼는 것-가장 원하는 것’ 빅딜 제의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코멘트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서턴 플레이스’에 자리 잡은 유엔 사무총장 관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환담하고 있다. 뉴욕=안철민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서턴 플레이스’에 자리 잡은 유엔 사무총장 관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환담하고 있다. 뉴욕=안철민 기자
■ MB ‘그랜드 바겐’ 구상
“북핵은 6자회담서 다뤄야”

이명박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밝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일괄타결(그랜드 바겐) 구상의 요체는 북한이 가장 내놓기 싫어하는 것(핵무기)과 가장 원하는 것(체제보장)을 맞바꿔 ‘빅딜(big deal)’을 하자는 것이다.

○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 폐기

이는 북한이 과거에 취한 핵 불능화 조치가 두어 달 만에 다시 복구됐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며 일괄타결을 위해서는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핵물질과 함께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핵무기를 포함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겨냥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영변에서 폭파 쇼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면서 “5MW 원자로 부속 해체, 미사용 연료봉 및 사용 후 핵연료봉 해외 반출 등의 조치를 상정할 수 있으며 더불어 북한을 제외한 5자가 별도로 합의하는 수준의 핵무기 폐기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핵 핵심 부분의 범위가 제네바 합의나 6자회담 9·19공동성명 체결 당시보다는 훨씬 확대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는 북한에 플루토늄이 없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북한의 사용 후 연료봉을 제3국으로 반출하는 조치만으로도 충분했다.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기 1년 전인 2005년 체결한 9·19공동성명도 북한 핵무기 폐기 방안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마무리단계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핵심 부분’ 자체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핵무기를 모두 포괄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이 문제를 일괄타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 신고 및 이에 대한 검증과 폐기 작업 모두가 단계별이 아니라 거의 동시에 진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북한 안전보장

이 대통령은 북핵 폐기의 대가로 국제사회의 지원과 함께 북한에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지도부에 가장 절실한 ‘당근’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이러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자신의 체제에 대한 위협이나 포위로 오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확실한 안전보장의 방안은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5자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또 북-미 양자대화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제재 국면을 유지하면서도 북핵 협상의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6자회담의 틀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하고 협력을 하게 되더라도 북핵 문제의 해결이 주된 의제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랜드 바겐 구상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북한은 당분간 미국과 대화하며 제재 국면에서 벗어나는 데 주력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뉴욕=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패키지 딜’은 보상의 느낌 강해… 확실한 ‘주고받기’ 강조
■ ‘그랜드 바겐’ 용어는

북핵 해법과 관련해 ‘포괄적 패키지’ ‘통합적 접근법’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그랜드 바겐’ 구상을 내놓았다. 세 개의 용어 모두 단계별로 협상하고 보상을 하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과거 방식을 탈피하고 북핵 폐기와 대북지원을 일괄 타결하겠다는 점에선 유사한 개념이다. 포괄적 패키지, 혹은 패키지 딜은 올 6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했던 용어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7월 방한 중 포괄적 패키지라는 용어를 썼다. 다만 ‘패키지’라는 말이 북한에 뭔가 선물을 주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처럼 비친다는 지적에 따라 우리 정부는 최근 들어 이 용어를 쓰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외교통상부는 이후 8월 말부터 대북 제재와 대화의 ‘투 트랙’을 기조로 북핵 폐기의 종착점에 대해 확실하게 합의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방안을 마련하는 ‘통합적 접근법(Integrated Approach)’을 제시했다. ‘그랜드 바겐’은 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는 철저하고 확고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포괄적 패키지 개념과 구분된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또 북핵 문제의 근원적이고 궁극적 해법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뉴욕=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