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 정치 대통령 이명박

  • 입력 2009년 9월 10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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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몇 달 사이에 크게 달라졌습니다. 광우병 사태와 국회 마비 사태, 4·29재보선 참패에 이어 두 전직 대통령의 타계까지 겪으면서 이런 식으로 나라를 이끌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국정의 우선 목표와 운영 방식이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이념적 지역적 갈등을 치유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깨달은 듯 합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언급한 '근원적 처방'이란 화두 속에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이후 이 대통령은 나름의 처방전을 쏟아냈습니다. 국정 기조를 중도실용주의로 바꾸면서 친 서민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선거제도와 행정구역의 개편 같은 정치 개혁도 제의했습니다. 한때 정적이 될 뻔했고 이념적으로 궤를 달리하는 사람을 총리 후보로 내정한 것이나, 친 박근혜 계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3명을 내각으로 끌어들인 것도 뜻밖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들을 대통령 특사로 활용하고 있고,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을 대거 청와대로 초청해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곧 박근혜 전 대표와도 만나고 야당 의원들과의 만남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을 내걸고 대선에서 당선됐고, 취임 후에도 사실상 경제에 모든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여의도 정치'는 소모적인 것으로 여기면서 의도적으로 기피하다시피 했습니다. 일로써 성과를 내면 다른 것은 자연적으로 잘 풀릴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1년 반 동안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모든 것은 정치로 통한다'는 것을 깨달은 듯합니다. 한마디로 정치에 눈을 떠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대통령의 모든 통치행위는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경제 살리기도 정치를 통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경제가 '세상을 다스리고 국민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약자라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정치의 이치를 제대로 깨닫는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이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이 아니라 '정치 대통령'으로 국민에게 각인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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