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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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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가 30일 전격 탈당함에 따라 정치권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진당이 주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정당인 만큼 이번 사태가 앞으로 충청권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대평 국무총리 카드를 매개로 한 여권의 충청권 제휴 전략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당이 “이번 사태는 야권 분열을 노린 여권의 ‘정치공작’의 결과”라고 비판하자 청와대는 “왜 집안일을 갖고 밖에다 화풀이를 하느냐”고 반박하는 등 신경전도 가열됐다.
○ ‘1인 정당’ vs ‘여당 2중대 된다’
심 대표의 이날 탈당 선언은 전격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심 대표는 이 총재와 끊임없는 갈등을 빚어 왔다. 그래서 선진당 내에서는 놀라움과 함께 ‘언젠가 올 것이 드디어 왔다’는 반응이 많았다. 심 대표는 지난해 2월 이 총재와 함께 선진당을 창당해 18대 총선 때 충청권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 후 제3당의 위치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선진당은 충청권에서조차 한 자릿수의 지지율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더욱이 당 운영이 이 총재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심 대표의 소외감과 불만은 더욱 커져 갔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의 심대평 총리 카드는 두 사람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심 대표는 총리 직 진출을 희망했지만 이 총재는 “여권과의 정책 공조 없이 개별적으로 정부에 참여하면 한나라당의 ‘2중대’가 될 수 있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양측의 갈등은 27일 의원총회를 계기로 폭발했다. 이 자리에서 ‘심대평 총리 반대’가 사실상 당론으로 확정되고 이 총재 측이 심 대표의 총리행을 “여권이 자리를 가지고 정치공작을 하는 것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몰아세우자 심 대표는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결국 “선진당이 이 총재의 ‘1인 정당’ 구조와 충청권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 선진당과 충청권의 향방은?
심 대표의 탈당 이후 당장 선진당에서 뒤따라 탈당할 의원은 없어 보인다. 30일 열린 선진당의 긴급 의총에서는 심 대표의 탈당에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선진당과 충청권이 당분간 이 총재를 중심으로 더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충청권에서 나름대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심 대표가 일정한 세를 모으는 데 성공한다면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또 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충청권에서 주도권을 굳히려는 이 총재의 구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개각에선 무산됐지만 앞으로 심 대표가 다시 ‘총리 카드’를 고리로 여권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개각을 앞두고도 충청권에서 ‘심대평 총리’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심 대표가 정치적으로 재도약할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심 대표의 탈당으로 여권과 선진당의 관계는 급랭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고개를 들었던 충청권 연대론도 물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 원내교섭단체 지위 잃어
심 대표의 탈당으로 자유선진당은 국회에서 더는 원내교섭단체로 활동할 수 없게 됐다. 국회법은 단일 정당뿐 아니라 서로 다른 교섭단체에 속한 의원 20인 이상으로도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18석에 그친 선진당은 창조한국당 의원 2명과 함께 간신히 교섭단체로 등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진당이 받게 될 국고보조금에는 큰 차이가 없다. 정치자금법이 규정한 교섭단체는 동일 정당 의원이 20석 이상일 때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초 선진당은 20석 이상 정당이 우선적으로 배분받는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니었고 의석수에 따른 보조금만 받아왔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