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올드보이들의 귀환

  • 입력 2009년 8월 28일 03시 00분


한화갑-김홍업 복당… 정동영도 합류 거론

‘대통합’ DJ유지 탄력… 친노계 반발 가능성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서거로 잠잠했던 민주당 내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분위기다. DJ의 유지(遺志)인 이른바 ‘민주개혁세력 통합’을 이루기 위한 통합의 대상과 순서를 놓고 잇단 불협화음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일단 DJ의 ‘적통(嫡統)’이라 할 수 있는 동교동계를 끌어안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DJ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과 한화갑 전 대표, 최재승 전 의원 등을 순차적으로 복당시킬 방침이다. 한 전 대표와 최 전 의원은 9월 초, 김 전 의원은 10월 초에 각각 복당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은 상주(喪主)인 만큼 통상적인 애도기간인 49일을 넘겨 복당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순차 복당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DJ 유지 계승을 기치로 내건 상황에서 동교동계를 1단계 통합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러나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구시대 정치’라는 지탄을 받은 동교동계의 흡수는 자칫 역풍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의 민주당이 DJ를 구심점으로 하는 옛 민주당계와 열린우리당 출신 친노(친노무현)계의 동거체제인 탓에 동교동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는 동교동계와의 결합 문제보다 더 논란이 크다. 정세균 대표는 27일 9월 정기국회 등원 방침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통합을 위해 희생과 기득권 포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 대표와 측근 그룹인 386 인사들은 정 의원의 복당에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내에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식의 선별 복당은 통합론에 맞지 않다는 얘기가 많다. ‘민주시니어’ 모임은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대로 모임을 열어 정 의원을 비롯해 신건 유성엽 의원 등 전북지역 무소속 의원의 일괄복당 문제를 공론화할 계획이다. 이 모임 간사인 김성순 의원은 “대통합을 얘기하면서 ‘차 떼고 포 떼는’ 식의 선별 통합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합을 위해선 지도체제를 바꾸는 전당대회도 불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개혁세력의 통합은 기득권 포기, 조건 없는 통합, 동시 일괄통합 등 3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조만간 여러 정치세력이 참여하는 창당대회 수준의 전당대회가 개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의원도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 의원의 복당을 통 크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전당대회에서 옹졸하고 폐쇄적인 당 구조를 과감하게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조만간 구성될 당내 통합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통합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수그러들지, 증폭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친노계의 좌장 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한명숙 전 총리, 김근태 이창복 전 의원 등과 함께 ‘민주통합시민행동’(가칭)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이 전 총리는 당분간 민주당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겠다는 생각이다.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이 주도하는 친노 신당 창당파는 이날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다. 모임은 9월 말 창립대회를 열 계획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친노 진영의 분화, 민주당 내부의 ‘정-정 갈등’ 등으로 야권통합은 결국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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