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서거, 국민통합의 밀알로”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靑 “역대 대통령 공과 재평가 추진”… 정치권도 동서화합 모색

청와대가 각계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의 업적과 역사적 의의를 재평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국민통합과 헌정사 정립을 위해 역대 대통령을 공정하게 재평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끝난 뒤 각계 의견을 모아 구체적인 방법론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정부가 먼저 나서 재평가 작업에 착수하게 되면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만큼 민주당 등 야당이 이런 제의를 해오면 적극 수용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학계와 정치권 등 각계 인사가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별도의 위원회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학계 일부나 시민단체 등에서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 작업을 벌여 왔지만 특정 정파나 이념에 편향돼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또 대통령을 평가한 학술적 성과가 상대방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수립된 지 61년째이지만 정치집단과 지역별로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매우 다른 데다 정치권의 이해에 따라 과거 대통령의 공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어 국가 차원의 공정한 평가가 절실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통합과 지역주의 해소를 핵심 과제로 내건 만큼 최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를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당초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검토했지만 다른 대통령과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 박정희 최규하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서거한 역대 대통령 전체로 재평가 작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재평가 작업이 구체화하면 전직 대통령과 근현대사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진보와 보수 세력의 시각차에 따른 이념 대결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1984년 김 전 대통령과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주도해 만든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회원들을 중심으로 동서 화합을 위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민추협 회장인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DJ 서거를 계기로 YS와 DJ 사이의 갈등의 골이 해소되면서 한국 정치의 발전을 가로막았던 지역감정의 벽이 허물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영호남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추협은 이를 위해 조만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와 부산 민주화공원을 함께 참배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민추협은 YS의 상도동계와 DJ의 동교동계 인사 5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치권의 화합 노력이 이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선거제도 및 행정구역 개편 논의와 맞물릴 경우 상당한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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