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구조조정으로 IMF 극복…신용대란 겪기도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8월 18일 14시 05분



1999년 12월 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금융 노동 공공 기업 등 4대 부문의 개혁을 추진한 결과 1년 반 만에 외환위기에서 탈출했다"고 선언했다. 경제 부문에서 김 전 대통령의 최대 성과는 외환위기 극복이었다. 세계 각국이 놀랄 정도의 빠른 회복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과 무리한 내수 부양은 한국 경제를 급격한 저성장 체제로 접어들게 했다는 비판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외환보유액 204억 달러(1997년 말 기준), 제조업 부채비율 396.2%, 경상수지 83억 달러 적자, 시중 이자율 30% 안팎, 원-달러 환율 1700원대라는 최악의 여건에서 출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공적자금을 통한 부실채권 매입, 채권은행 증자 지원, 기업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채권은행은 55개 대기업 계열사를 퇴출 대상으로 선정하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주문했다. 은행들 역시 인수합병과 해외 매각을 통해 정리됐다.

당시 정부가 내건 구조조정 원칙은 5가지 핵심 과제와 3가지 보완 과제, 즉 '5+3 원칙'으로 요약된다. 5가지 핵심 과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부채비율 200% 이내, 핵심 주력사업 역량 집중, 지배주주의 책임 강화였고 3가지 보완 과제는 대기업의 금융지배 차단, 순환출자 억제, 부당내부거래 근절이었다. 이런 노력으로 김대중 정부 말년인 2002년엔 경상수지 54억 달러 흑자, 경제성장률 7.0%, 외환보유액 1214억 달러, 제조업 부채비율 135.4%라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는 인위적인 대기업 '빅딜'(사업 맞교환), 벤처와 신용카드 거품, 가계 빚 급증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대우그룹의 쌍용자동차 인수, 현대그룹의 LG전자 반도체 부문 인수 등은 경제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깊숙이 배어 있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대우그룹은 정권 초기 김 전 대통령의 비호 아래 무리하게 생명을 연장하려다 결국 단일기업 부도로는 당시까지 사상 최대인 80조 원대의 손실을 끼치기도 했다. 반도체 빅딜도 당시 대북사업을 주도했던 현대그룹에 일방적으로 유리했던 '정치 게임'이었다는 말이 나왔다.

내수 부양을 위해 2000년 이후 시행한 건설경기 진작과 카드 사용 확대 정책은 이후 부동산 값 폭등, 신용 대란으로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이 단기 실적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결과적으로 경제지표를 윤색하는 데 몰두했다는 지적을 받은 건 이런 부작용 때문이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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