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걸리던 파병 한두달안에 처리… “군사외교 활성화”

  • 입력 2009년 6월 26일 02시 52분


특전사 포함 3000명 해외파병 상설부대 창설
盧정부때부터 추진
반대 여론에 밀려 지연
“국격에 맞춰야” 공론화

해외파병 상설부대의 구성과 규모가 최종 확정됨에 따라 정부와 군 당국은 관련법 제정 등 구체적인 부대 창설 준비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파병 상설부대의 창설은 한국의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상비체제’를 대폭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PKO 상비체제’는 유엔 회원국이 평시 자국의 특정부대를 PKO를 위해 미리 지정해 훈련 등 대기태세를 유지하다 유엔이 파병을 요청해 오면 신속히 참여하는 제도다. 한국은 3단계로 구성된 PKO 상비체제 가운데 가장 낮은 1단계에 참여하고 있다.

1단계는 대략적인 파병 규모만 유엔에 통보한 것으로 사전에 파병 전담부대를 지정하거나 파병 준비태세를 유지하지 않는다. 2단계는 파병 전담부대 구성 등 세부 내용을 통보하고, 3단계는 유엔과 PKO에 대한 양해각서 등을 체결하게 된다.

PKO 상비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한국군은 그동안 파병 요청이 올 때마다 부대 편성과 파병 훈련, 국회 동의 등 3∼6개월 파병 준비를 해야 했다. 일례로 이라크 평화재건활동에 참가한 자이툰부대는 국회 동의를 거치고도 6개월 뒤에야 파병이 이뤄졌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파병 상설부대는 사전에 국회 동의를 받아서 군 통수권자가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두 달 안으로 파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확정된 해외파병 상설부대의 규모는 역대 PKO 파병 사례와 임무 성격 등을 면밀히 고려해 결정됐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통상 PKO 파병 병력은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 규모로 이뤄졌다. 역대 PKO 파병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4년여 동안 동티모르에 연인원 3280여 명이 파병된 상록수부대였다.

그동안 해외에 파병된 특전사 장병들은 열악한 현지 여건을 극복하고 자체 방호를 하면서 민사작전 등 다양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한국군의 명성을 세계에 알렸다. 특전사 장병들은 PKO뿐만 아니라 4년 3개월간에 걸친 이라크 파병 때도 각종 민사작전 등을 주도했다. 국방부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해외파병 상설부대를 특전사 장병 1000여 명을 주축으로 운용하되 파병 규모와 임무에 따라 육해공 예비부대의 지원을 받는 형식으로 편성하기로 한 것이다.

해외파병 상설부대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말부터 검토됐다. 당시 국방부는 국력 증대와 함께 갈수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PKO를 위해 파병 전담부대의 편성을 추진했다. 특히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 이후 유엔이 한국군의 PKO 참여 범위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해 왔지만 당시 정부는 파병 반대 여론 등에 밀려 한동안 공론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PKO 파병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PKO 상비부대를 지정해 운용하겠다고 보고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도 ‘성숙한 세계국가’를 구현하기 위한 군사외교 활성화 차원에서 해외파병 상설부대의 창설에 관심이 많은 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부대 창설 청사진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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