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가듯 넘나들던 국경 몇년새 탈북 늘자 철통단속”

  • 입력 2009년 6월 26일 02시 51분


“北 억류 美 기자 석방하라”2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모건 오디토리엄 강당에서 북한에 억류된 로라 링 기자의 남편 아이언 클레이튼 씨가 아내의 석방을 촉구하며 연설하고 있다. 클레이튼 씨의 뒤로 링 기자(오른쪽), 유나 리 기자의 사진이 보인다. 클레이튼 씨는 이날 언론에 “아내가 21일 밤 전화했으며 목소리가 겁에 질린 듯 들렸다”고 말했다. 두 여기자의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집회에는 가족과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샌프란시스코=로이터 연합뉴스
“北 억류 美 기자 석방하라”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모건 오디토리엄 강당에서 북한에 억류된 로라 링 기자의 남편 아이언 클레이튼 씨가 아내의 석방을 촉구하며 연설하고 있다. 클레이튼 씨의 뒤로 링 기자(오른쪽), 유나 리 기자의 사진이 보인다. 클레이튼 씨는 이날 언론에 “아내가 21일 밤 전화했으며 목소리가 겁에 질린 듯 들렸다”고 말했다. 두 여기자의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집회에는 가족과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샌프란시스코=로이터 연합뉴스
‘美여기자들 잡혀간 곳’ 中 지린성 웨칭진 주민이 말하는 北-中 접경

“(국경 단속이 엄격해진) 요즘 국경을 멋대로 넘은 대가지요. 옛날과 완전히 달라졌어요.” 중국 지린(吉林) 성 투먼(圖們) 시의 웨칭(月晴) 진 주민은 북한에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이 12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여기자들은 이곳에서 국경을 넘었다.

이곳은 개울처럼 좁아진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함북 온성군과 마주 보는 접경지역. 인구의 80%가 조선족으로 100여 년 전 청나라 때 강을 건너간 한민족의 후손이다. 중국어보다는 한국어를 더 많이 쓰고 강 건너 북한 마을에 친척이 많다. 서로 국적만 다를 뿐 사실상 한동네나 마찬가지다.

중국 시사잡지 중국신문주간은 최신호(29일자)에서 웨칭 진 르포를 통해 북-중 관계의 변화상을 전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둔 양국 주민들은 몇 년 전만 해도 이웃집 놀러가듯 국경을 넘나들었다. 양국 아이들은 두만강에서 여름에는 멱을 감고, 겨울에는 얼음을 지치며 어울렸다. 한쪽에서 기근이 나면 강 건너편에서 먹을거리를 날라 왔다.

주민들은 중국에서 1959∼1961년 3년 대흉년이 들 때 북한에서 식량을 구했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엔 간단한 절차를 거치거나 그냥 ‘불법’으로 국경을 넘나들었다. 물자 왕래도 자유로웠다. 1970년대 중반까지 이 일대에서 파는 대부분의 쌀이 북한산이었다. 1980년대 들어 중국 주민들은 “북한에 가면 살게 없다”고 푸념했지만 양국 주민은 그래도 과거처럼 교류를 이어갔다.

변화는 199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몰락하고 대기근까지 발생하자 식량을 챙겨 돌아가던 북한 주민들이 중국에 주저앉기 시작했다. 탈북자가 하나둘 늘더니 1999년경에는 쇄도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부터 탈북자 단속을 강화했다.

중국인도 북한에서 행동에 제약이 많아졌다. 2000년 북한 친척을 방문한 조선족 이영희 씨는 “마을을 지날 때마다 통행증을 받아야 했고, 시장도 마음대로 못 가고 사진도 찍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도, 중국도 이제 과거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다 국경에 장벽이 만들어졌다. 2005년 이 지역의 국경방위 임무가 경찰에서 인민해방군으로 넘어갔다. 중국 측이 강변을 따라 철조망을 쳤다. 감시카메라도 촘촘히 설치했다. 2003년 북한이 2번째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뒤 중국 정부가 북한 핵을 위협으로 받아들인 조치라고 이 잡지는 해석했다.

이후 두만강에서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는 일이 점차 줄어들었다. 주민들은 요즘엔 외지인에게도 “위험하니 강둑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충고한다.

올해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때는 지진으로 마을이 크게 흔들렸다. 이곳 주민들은 멀리 보이는 산의 뒤편에서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핵실험이 실시된 함북 길주군 풍계리는 이곳에서 약 120km 떨어져 있다. 옌볜(延邊)대 동북아연구소 김강일 소장은 “이곳의 지하수가 방사능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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