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위 박경신 위원, 미국 국적 취득 논란

  • 입력 2009년 6월 23일 16시 50분


미디어관계법 처리를 위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이하 미발위) 소속 박경신 고려대 교수(38)가 병역을 피할 목적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변호사인 박 교수는 창조한국당에서 추천한 위원이다. 그는 대선후보 병역 문제를 지적해온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 등 진보단체에서 주로 활동해 왔고 최근에는 일간지 칼럼 등을 통해 '인터넷 실명제는 위헌', '보수 신문 광고주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 '광고주 불매운동 재판 외압설' 등을 주장해 주목받았다.

포문은 한나라당에서 추천한 미발위 위원들이 열었다.

미발위 공동위원장인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66)는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라고 의회 60년 사상 최초로 '국민'까지 붙었는데, 자국민이 아닌 미국 시민권자가 위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며 국회 사무처에 확인을 요청했다.

다음날인 23일 변희재 위원(35)은 인터넷 매체 빅뉴스에 "박 교수가 병역을 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미국인이라는 의혹이 있다. 병역 기피자가 대한민국 법과 정책을 주도해도 되느냐?"며 박 교수의 위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박 교수의 미국 본명은 무엇이냐"며 "미국 국회에서 국적을 숨기고 미국 법을 뜯어 고치자고 활동하면 스파이로 몰린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이 병역 기피의 근거로 삼는 것은 박 교수의 예전 발언이다.

박 교수는 2001년 2월 웹진 '퍼슨웹'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특별히 가지려고 한 건 아닌데, 조국에 오려고 하니 그게 없으면 군대에 가야 한다고 했다.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조국에서 일하려고 했더니 일하지 말고 군대 가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땄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경우 본인이 한국에서 장기 체류하지만 않는다면 한국 군대의 병역 의무를 피해갈 수 있으며 만 35세를 넘기면 병역 의무도 없어진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외국에 들락날락하며 병역을 회피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가수 유승준 씨도 2002년 입대를 앞두고 돌연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여 병역 기피 논란이 일었으며 결국 입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변 위원은 "박 교수는 1999년 한동대 법대 부교수로 취업할 당시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 체류하면서 상당기간 한국 국적을 보유하다가 최근에 포기한 것 같다"며 "박 교수는 명쾌하게 언제 국적을 포기했고, 한국에서 영리 활동을 하면서 병역은 어떻게 피했는지 알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경신 교수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23일 동아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저쪽에서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어제(22일) 들었다"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선 얘기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변희재 씨 측에서 개인적인 정보를 어떻게 취득했는지 궁금하긴 한데, 제가 외국인이라는 것은 저를 미발위 위원으로 추천한 분들에게 미리 얘기했다. 학교에 취직할 때도 국적 얘기를 다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1년 웹진과의 인터뷰 내용과 대해서도 "녹취를 어떻게 했는지 과정은 모르지만 인터뷰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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