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역안배 인사-정치인 입각”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與쇄신위, 국정건의안 마련

李대통령 귀국후 靑 제출키로

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회는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의 지역안배 인사와 정무 능력을 갖춘 정치인의 장관 기용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국정쇄신 방안에 16일 잠정 합의했다. 쇄신특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제13차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쇄신 방안을 마련했다. 쇄신특위는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귀국한 뒤 이를 청와대에 건의할 예정이다.

○ 탕평인사에 무게

쇄신특위는 현재 국정 기조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유로 무엇보다 인사 문제를 꼽았다. 연고 위주의 편중인사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추진 동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능력보다는 연고나 지역에 치중해 인사하는 바람에 지탄의 대상이 되고 국정 운용의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쇄신특위는 대통령이 능력 중심의 탕평인사를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국정원과 검찰, 국세청, 경찰 등 권력기관은 호남과 충청, 부산 경남 출신 인사들을 안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필요하면 당내 비주류 인사와 전 정권 인사도 과감히 기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가 실종됐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정무 능력을 갖춘 정치인을 장관에 임명하고 정무장관직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이 정책 추진에 몰두하면서도 정작 ‘여의도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 소통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쇄신특위의 진단이다.

또 국무총리의 당정 간 정책 조정능력을 지금보다 강화하고 야당과의 소통을 위해 야당의 정책대표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급한 현안인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라면 여야 구분 없이 정책수립 과정에서부터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 청와대 직언 전담 참모 신설

이 대통령이 ‘국정 대구상’을 발표하고 경쟁이나 효율보다 복지와 통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담았다.

청와대에는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이른바 ‘정언관(正言官)’을 신설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느라 할 말을 못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쓴소리’를 과감하게 전달하는 참모가 필요하므로 이를 제도적으로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실천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대통령과 당 대표, 원내대표 회동을 정례화하고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와 당 최고위원회의에 당과 청와대 관계자가 교차 참석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당정청 조기 정책협의를 통해 정책 혼선을 줄이는 정책숙성(熟成)제도 도입도 건의하기로 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서는 권력형 비리 수사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내용 브리핑을 금지하고 대검 중앙수사부 등 검찰의 특수수사 체계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서울광장을 개방하고, 총리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 구속자와 간담회를 갖도록 제안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러나 불법 폭력시위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이 같은 제안이 얼마나 수용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 대통령 국정기조 전환해야

쇄신특위는 정부의 국정운용 문제점으로 세 가지를 지적했다. 현 정부는 서민이 아닌 부자정권으로 비치고 있고, 정책 추진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독주한다는 것이다. 또 정치를 도외시하고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보수층이 분열하고 중도층은 이탈해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급락했다는 것이다. 쇄신특위는 반대세력의 과도한 배제를 자제해 중도실용 노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통과 포용정치를 통해 국민통합을 주도하고, 민생보호 및 약자보호 정책을 부각해 민생 안정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쇄신특위 김선동 대변인은 “국민 통합과 경제 살리기를 전제로 국민 여망에 부흥한다는 식으로 국정쇄신을 이뤄야 한다는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 대통령이 수용할지가 관건

쇄신특위의 국정쇄신안은 인사권과 사면권 등 대통령 권한과 관련된 것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 안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쇄신특위 안이 파격인 데다 당내에서도 합의를 이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쇄신특위 위원은 18대 총선 때 선거법을 위반한 정치인의 사면과 통신비밀보호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 일부 공권력 강화 법안의 입법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면 문제는 비리에 연루된 국회의원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점에서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예민한 문제다. 또 비리에 연루된 동료 정치인의 사면을 주장하는 것이 과연 쇄신이냐는 역풍이 불 수도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등 쟁점법안의 처리를 연기하자는 제안도 당내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말부터 야당과의 충돌을 감수하면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앞으로 쇄신특위는 공천제도 개선과 조기전당대회 개최 문제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제안을 청와대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쇄신특위는 중도에 좌초하고 당내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