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포기는 ‘결의’, 화물검색은 ‘요청’으로 결론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표현따라 법적 구속력 차이… 관련국 막판까지 줄다리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둘러싸고 관련국들이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한 것은 제재의 수위를 결정하는 동사(動詞)로 어떤 표현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였다.

관련국들은 ‘안보리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핵무기 및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함을 결의한다(decide)’고 합의했다. 이 조항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18호에도 포함된 내용이어서 이번 논의과정에서 별다른 논란이 없었다.

그러나 북한 선박의 화물 검색과 관련해서는 ‘모든 회원국은 선박의 기국(旗國·북한에 대한 수출입 품목을 싣고 있는 선박의 소속 국가)이 동의하면 공해상에서 검색하고 인근 항구로 이동시킬 것을 요청한다(call upon)’라고 합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북한의 반발에 부담을 느낀 중국이 금융제재나 선박검색의 의무적 참여를 피하기 위해 ‘decide’ 대신 ‘call upon’을 사용할 것을 고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단어에 따라 결의안의 해당 조항이 ‘법적 구속력’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란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소식통은 “안보리 결정안 주문에 ‘decide’가 들어가야 안보리 결의안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decide’를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꼽고 이어 △요구한다(demand) △촉구한다(urge) △요청한다(call upon) △확인한다(affirm) △강조한다(underline)의 순으로 강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소식통은 “비록 해석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비군사적 강제조치를 규정한 유엔헌장 7장 41조에 따라 만들어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해 모든 회원국은 단어에 구분 없이 결의안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엔 회원국의 결의 이행 의지라는 얘기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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