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모습 보자” 끝없는 추모행렬

  • 입력 2009년 5월 29일 02시 57분


權여사 분향소 첫 헌화 조문객에 “고맙습니다”

국민장 마친뒤에도 봉하마을 분향소 운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하루 앞둔 28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막바지 조문객들로 붐볐다. 28일까지 엿새간 봉하마을을 다녀간 조문객이 오후 11시 현재 105만 명이라고 김해시는 밝혔다.

○ 권양숙 여사 분향소 찾아

국민장을 치르기 전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조문하기 위해 추모객들은 3km 이상 줄을 섰다. 무더위에다 헌화를 하기까지 4, 5시간이 걸렸지만 차분하게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28일 밤 12시에는 봉하마을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시민단체가 마련한 분향소에서 동시에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자주 불렀던 ‘상록수’를 부르기도 했다.

권양숙 여사는 오전 7시 20분 입관식 이후 처음으로 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조문객과 자원봉사자, 취재진에게 인사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천호선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권 여사는 차츰 안정을 되찾고 있고 영결식 이후 사저를 떠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지가 확정되지 않아 삼우제는 치르지 않기로 했으며 국민장을 마친 뒤에도 마을회관에 분향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장 장의위원회는 봉화산 정토원에 임시 안치할 예정인 노 전 대통령 유해를 49재가 끝난 뒤 마을 내에 안장하기로 했다. 장지는 당초 사저 옆 야산으로 잠정 결정했으나 다른 지역도 검토하고 있다. 묘비 제작을 위해 노 전 대통령 유서 글귀를 따 ‘아주 작은 비석 건립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 권 여사의 요청에 따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 안병욱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시인 황지우 씨, 건축가 정기용 승효상 씨, 조각가 안규철 씨가 참여한다.

건립위는 “작고 검소하지만 전직 대통령 품위에 걸맞게 디자인하고 비석 위치, 글씨체, 업적과 추모 글 반영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석 제막은 49재 또는 노 전 대통령 생일(9월 24일)에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구차 운전은 1988년부터 21년간 노 전 대통령의 차를 몰았던 최영 씨(45)가 맡는다. 최 씨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통일민주당 후보로 부산 동에 출마해 당선되어 정계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노 전 대통령의 차를 몰았다. 최 씨는 이후 1992년 국회의원 선거(부산 동), 1995년 부산시장 선거, 1996년 국회의원 선거(서울 종로)에서 노 전 대통령이 잇따라 낙선해 원외생활을 할 때도 변함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제15대 국회의원과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에 이어 2003년에는 대통령 취임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하는 영예를 누렸다. 그는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에도 온 가족을 이끌고 봉하마을로 와 노 전 대통령의 차를 운전해 ‘노(盧)의 운전사’로 통한다.

한편 천 전 수석비서관은 만장 깃대로 대나무 대신 폴리염화비닐(PVC)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 측에서 만장의 대나무 깃대가 (시위용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될까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 걱정이 된다면 PVC로 바꾸겠다고 대안을 냈다. 정부가 바꾸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막바지 조문 행렬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 분향소에는 이날 3만 명(오후 11시 현재·주최 측 추산)이 모여 조문했고 밤늦게까지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대한문 앞에는 임시공중화장실이 설치됐고 자원봉사자들은 땀을 흘리며 조문을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시원한 물을 날랐다.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 정부 분향소 역시 일반 시민들을 비롯해 정재계, 언론계 인사들이 조문했다.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노선을 달리했던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오전 9시경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이 전 위원은 노 전 대통령과 다소 불편한 관계가 아니었냐는 질문에 “정치는 정치고 사람은 사람”이라며 “대통령 이전에 한 인간의 죽음 앞에 애도를 표하는 것은 도리”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이석채 KT 회장, 손욱 농심 회장,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등이 분향소를 찾았다.

서울역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이날로 서울역 분향소 조문객 수는 5만 명을 넘어섰다. 일부 조문객은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헌화를 포기하고 분향소 가까운 곳에 마련된 화이트보드나 노란 리본에 추모의 말만 남긴 채 돌아서기도 했다. 오전에는 한 번에 20∼30명씩 조문했지만 오후 들어 조문객이 늘면서 한 번에 100명씩 조문했다.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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