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국정원장 “北, ICMB 시험발사도 가능한 일”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북한의 핵실험 다음 날인 26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 김경제  기자
북한의 핵실험 다음 날인 26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 김경제 기자
■ 정보위-외통위 회의

柳외교장관 “전작권 전환 연기문제 면밀 검토”

국회 정보위원회와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26일 각각 긴급 간담회와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북한의 2차 핵실험 강행을 전후한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따졌다. 이날 정보위에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외통위에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각각 출석했다.

▽PSI 전면 참여, 여야 엇갈린 반응=정부가 이날 PSI 전면 참여를 발표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은 일제히 환영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외통위에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었고 확실하게 참여해야 한다”며 정부의 결정을 지지했다. 홍정욱 의원도 “북한 핵실험은 용납 못할 일이기 때문에 PSI 참여는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북한만 자극해 회복할 수 없는 남북관계의 단절을 가져올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북한은 PSI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고 한 만큼 얻는 것은 없고 남북관계의 단절과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민순 의원은 “PSI 참여는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한 징벌행위인데 주변국들과의 공조가 아닌, 이런 식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에 유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에 필요한 부품들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만큼 PSI는 핵 확산을 방지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이 “북한의 2차 핵실험 강행은 너무 엄중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자, 유 장관은 “그런 말씀을 검토해 유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이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환수 시기를 연기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냐”고 묻자, 유 장관은 “한미 간에 솔직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면서 “쌍방의 의견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학계나 민간트랙에서 연구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 장관은 “정부 내에서도 여론을 주시하면서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뒤늦은 통보 논란=민주당 의원들은 북한의 핵실험 전에 미국이 북측의 통보를 받고도 핵실험 후에야 한국에 알려준 것에 대해 한미 공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원 원장은 “북한은 미국에 구체적인 핵실험 시점을 통보한 것이 아니어서 미국이 북한 측 통보의 의미를 분석하는 도중에 핵실험이 실시됐다”며 “한미가 정보를 공유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뿐 한미 공조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간사에 따르면 원 원장은 이날 정보위에서 북한이 25일 오전 9시 25분 중국 측에 핵실험 계획을 통보했다고 보고했다. 북한의 군사동맹국인 중국은 예전에도 이 같은 내용을 한국에 알리지 않았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어 북한은 오전 9시 30분 뉴욕 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에 대해 사죄하지 않으면 핵실험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은 오전 9시 54분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한국은 오전 10시 18분 지하 핵실험에 따른 지진파를 감지한 뒤 미국 측에 이 같은 이상 징후를 알렸다. 미국 측은 그때서야 “북한이 오전 9시 30분 핵실험을 하겠다고 통보했는데 핵실험을 한 것 같다”고 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징후 사전포착 논란 및 추가 도발 가능성=정부가 북한의 2차 핵실험 징후를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는 여야 의원의 질타도 잇따랐다. 원 원장은 “2006년 1차 핵실험이 함북 길주군 풍계리의 동쪽 갱에서 진행된 반면 이번 2차 핵실험은 서쪽 갱에서 강행된 데다 이미 예전에 핵실험에 대비해 파놓은 지하 갱에서 이뤄져 미국 등 어느 나라도 핵실험 징후를 미리 알지 못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2차 핵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는 것에 대해 원 원장은 “예측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