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호크 도입 5년 표류끝 ‘공중분해’ 위기

  • 입력 2009년 5월 12일 03시 03분


전작권 전환이후 핵심 전력, 盧정부땐 미국서 “판매불가”

李정부선 한국이 “독자개발”정부“연기일뿐 취소 아니다”

군 당국이 2012년 4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추진해 온 장거리 고고도(高高度) 무인정찰기(UAV) 글로벌호크의 도입 사업이 5년의 표류 끝에 무산될 상황에 처했다.

국방부가 다음 달 확정 발표할 국방개혁기본계획 수정안에 따르면 글로벌호크 도입은 2011년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인 2015년으로 계획이 늦춰졌다. 국방부는 2020년까지 국방개혁에 소요되는 예산이 621조 원에서 599조 원으로 삭감되면서 도입 시기가 늦춰졌을 뿐 취소된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글로벌호크의 도입 연기는 처음이 아니다.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 이후 독자적 대북 정보수집 능력을 갖추기 위해 첩보위성에 버금가는 전략정찰 능력을 갖춘 글로벌호크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2008년 말까지 글로벌호크 4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2005년 6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산하 안보협력위원회(SCC)를 시작으로 미국에 여러 차례 판매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미국은 핵심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판매 불가’를 고수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불편한 한미 관계도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군 소식통은 “미 국방부에는 ‘동맹’보다 ‘민족’을 앞세우는 한국 정부에 최첨단 전략무기를 판매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한국 군 당국은 2006년 7월 글로벌호크의 도입을 2011년으로 늦추기로 했다. 당시 군 관계자는 “계획이 다소 늦춰졌지만 전작권 전환 이전까지 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10월, 방위사업청은 1869억 원을 들여 2009년 말까지 시험평가와 협상을 끝내고 2011년경 글로벌호크 4대를 도입한다는 세부계획을 마련했다.

미국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저촉 등을 들어 계속 판매를 거부하다 한국에서 정권이 교체된 뒤 한미동맹 복원에 나서면서 태도를 바꿨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7월 제18차 안보정책구상회의(SPI)에서 ‘판매 가능’ 의사를 전달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글로벌호크의 한국 판매에 우호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엔 한국이 ‘변심’했다. 군 당국이 글로벌호크를 도입하는 대신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중고도 무인정찰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것이다. 일부 군 수뇌부는 기존 한미 연합자산을 통해 전작권 전환 뒤에도 대북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며 글로벌호크 ‘도입 불필요론’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고도 무인정찰기의 개발 배치는 일러야 2015년에 가능하고 전작권 전환 후 미국이 대북정보를 완벽하게 협조할지 장담할 수 없다며 대북 감시태세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 고위 관계자는 “지금도 미국이 정찰위성과 U-2 정찰기가 수집한 대북정보를 한국군에 충분히 주지 않는 상황”이라며 “F-15K 전투기 2대에 못 미치는 가격(대당 약 600억 원)으로 한국군 정보 전력을 도약시킬 호기를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동아닷컴 뉴스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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