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안팎, 전작권 전환 연기론 확산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전력증강 차질-평택기지 지지부진-北 대남위협 강화… 안보 3중고”
공중급유기-글로벌호크 도입 2014년-2015년으로 늦춰

국방부가 2012년 4월을 목표로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대내외 군사·안보적 여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첨단전력 도입 사업이 잇따라 연기되고 주한미군기지 이전도 늦어지는 데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악화되는 상황에서 전시작전권 전환을 재고하거나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군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9월 공개한 국방개혁안에서 2020년까지 병력을 감축하고 첨단전력을 도입해 과학기술군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막대한 예산 조달 문제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당시 노 대통령과 군 당국은 전시작전권을 환수해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자주 군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국방개혁안은 예산 부족으로 전력증강 계획이 줄줄이 연기되는 등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국방부가 다음 달 청와대에 최종 보고할 국방개혁기본계획 수정안에 따르면 고고도 무인정찰기(UAV) 글로벌호크의 도입이 당초 예정했던 2011년에서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인 2015년으로 연기됐다. 군 당국은 글로벌호크가 전시작전권 전환에 따라 독자적인 대북전략정보 수집에 필요한 핵심전력이라고 평가했지만 2008년에서 2011년으로 도입 시기가 한 차례 연기된 뒤 또다시 늦춰지게 된 것이다.

또 공군 전투기들의 작전 반경 확대를 위해 필요한 공중급유기는 2013년에서 2014년으로, 3000t급 중잠수함은 2018년에서 2020년으로 각각 도입 계획이 연기됐다. 군 당국은 국방개혁 예산을 621조 원에서 599조 원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사업비가 많이 드는 해·공군 전력의 도입 계획을 다소 늦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첨단전력의 도입을 미룬 상황에서 한국군이 환수하는 전시작전권은 ‘속빈 강정’일 뿐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군 당국은 부족한 전력은 미국의 지원을 계속 받겠다는 방침이지만 전시작전권이 전환되고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된 뒤에도 완벽한 한미 간 협조가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군 일각에선 군 수뇌부가 당초 계획한 한국군의 자주국방 능력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전시작전권 전환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고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 결정의 주요 고려사항인 서울 용산기지와 경기 북부 미2사단의 경기 평택지역 이전 사업도 수년째 지지부진하다. 과거 노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환수의 합리적 시기는 미군이 평택기지에 입주하는 시기”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기지 이전 시기를 2008년 말에서 2012년으로 연기한 데 이어 또다시 2015∼2016년으로 늦추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군 관계자는 “기지 이전이 또 연기되면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비한 지휘통제장비 등 주요 시설 배치도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또 전시작전권 전환이 3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북한의 대남 위협은 더 악화됐다. 한미 양국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전시작전권 전환 협상을 하는 동안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무력시위를 강행했다. 지난달 초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핵무기 보유량을 늘리기 위해 향후 추가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최근 수년간 신형 중·단거리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특수전 병력도 6만 명이나 증강했다.

군 소식통은 “노무현 정부는 전시작전권 전환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위협을 부풀리고 우리 국방력을 폄하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전시작전권 전환의 재고와 연기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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