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특혜 재검토’ 속뜻 따로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북한이 21일 남북 당국 간 접촉에서 일방적으로 통지한 개성공단 특혜 조항 및 계약 재검토 주장의 ‘노림수’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관련 기업인들은 북한 주장의 대부분이 경제 원리와 법 원칙에 어긋난다고 의견을 모으고 북한이 먼저 억류된 한국인 근로자부터 석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기존계약 무시 ‘사업자교체-임차료 인상’ 포석
직능-직급별 차등임금제 도입으로 ‘더 챙기기’




▽‘옛 친구’와 결별 수순 밟으려는 듯=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기존 계약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현대아산 등 기존 개발업자를 다른 기업으로 바꾸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2000년 현대아산에 개성공단사업 등 7대 사업권을 넘기고 4억5000만 달러를 챙겼다. 또 2000년부터 현대아산과 한국토지공사에 6600만 m²(약 2000만 평) 공단 터를 5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줬고 2004년 1단계 용지 330만 m²(100만 평) 임차료 1600만 달러를 받았다.
따라서 북한이 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아산과 결별하고 더 돈 많은 기업을 유치하자는 속셈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토지임대차 계약 재검토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향후 분양될 2, 3단계 용지(6270만 m²·1900만 평)의 임차료를 올리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은 2007년 중국이 외국인 기업에 기습적으로 토지임차료를 올린 것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아산 등은 “기존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인상하려면 경영환경 개선부터=북한은 임금 규정을 재검토하자며 연간 5% 이상 임금인상을 하지 못하도록 한 현재의 가이드라인을 폐지하고 업종이나 근로자의 직능, 직급별로 임금을 차등화하는 ‘차등임금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기업에서 최대한 돈을 챙기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입주한 기업인 B 씨는 “저임금을 보고 입주해 막대한 설비투자를 했는데 임금이 오르면 망해서 나갈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기업들이 정부에 낸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에는 76개 기업 중 12개(15.8%), 2007년에는 65개 중 31개(47.7%)만이 이익을 냈다. 일부 돈을 버는 기업도 △주재원 신변안전 △원활한 통행 △노무관리의 자유 등이 더 보장된다는 전제로 연간 5% 이상 임금 인상을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다.
▽경제논리 직시하고 억류자 석방부터=“남측은 수억 달러를 벌고 북측은 잃는 것이 더 많다”는 북한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된다. 개성공단은 남한 정부와 기업들이 7329억 원을 들여 조성했다. 기업들은 또 최저임금(월 55.125달러) 외에 사회보험료(임금의 15%)와 교통비(10달러) 등을 따로 주며 근로자 1인을 채용할 때 북한 당국에 알선비 명목으로 17달러를 줘 총임금은 월 100달러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북한보다 개방된 베트남의 53달러보다 많고 인도 수준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은 24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의 간담회 등에서 “무엇보다 기업인과 근로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A 씨의 조속한 석방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이 A 씨를 기소해 법정에 세울 경우 이는 ‘남북 당국이 합의해 처리한다’는 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어서 정부로서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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