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60년’ 최고인민회의 개최 金 뜻대로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05분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원칙상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회와 같은 기능을 한다. 그러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강고한 1인 독재하에서 최고인민회의는 민의를 대변하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권력의 형식적인 거수기로 전락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와 1차 회의 소집 시기는 최고지도자의 상황과 마음에 따라 변덕스럽게 바뀌었다. 북한 법은 각 기의 임기를 시기에 따라 3∼5년으로 정했다. 비록 ‘불가피한 상황’이 있으면 임기를 연장한다는 단서가 있었지만 임기가 제대로 지켜진 것은 1998년에 시작된 10기가 유일했다.

제4기 1차 회의는 중국의 문화혁명에 이은 북한 내 엘리트 숙청사건인 ‘갑산파사건’ 때문에 1년 2개월이나 늦어진 1967년 12월에 열렸다. 제7기 회의는 김 주석의 70회 생일에 맞추느라 4개월 늦은 1982년 4월에 소집됐다. 그러나 1986년 12월까지 3년 6개월 만에 해체됐다. 제10기는 김 주석 사망 후 3년간의 ‘유훈(遺訓) 통치’와 ‘고난의 행군’(1995∼1998년)을 이유로 8년 4개월 만에 열렸다. 이번 제12기 회의 역시 지난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후계구도 문제 등 복잡한 내부 사정 때문에 6개월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최고인민회의는 김 부자의 독재를 헌법적으로 정당화하는 역할을 했다. 1972년 12월 열린 제5기 1차 회의는 사회주의 신헌법을 채택해 주석제를 채택했다. 주석은 당과 군, 국가기관의 정점을 이루는 신과 같은 존재로 인민 위에 군림했다. 이후 ‘수령’인 김 주석에 대한 우상화가 제도화됐다. 1998년 제10기 1차 회의는 주석제를 폐지하고 강화된 국방위원회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이 권력을 분점하는 형태를 취했다. 하지만 경제 파탄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형식적 권력분점일 뿐 실권은 여전히 김 위원장에게 있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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