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투입 세종대왕함, 로켓 궤도추적 성공

  • 입력 2009년 4월 6일 02시 54분


■ 한미일 감시추격전

美 조기경보위성이 첫 확인

韓 정찰기도 정보수집 가세

한국형 MD체제 구축 힘얻어

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전후해 동해와 태평양 상공에서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감시위성과 이지스함 등이 총동원돼 치열한 감시 추격전을 벌였다.

로켓 발사를 최초로 확인한 것은 미 조기경보위성(DSP). 고도 3만6000km의 지구 정지궤도에 떠 있는 이 위성은 적외선 감지기로 로켓의 추진체가 점화되면서 발생한 화염과 버섯구름을 포착해 미 본토의 북미방공우주사령부(NORAD)로 즉각 통보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같은 시간 ‘키홀’로 불리는 미 첩보위성인 KH-12도 북한 무수단리 발사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수백 km 고도에서 직경 15cm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이 위성은 2월 초 평양 인근 군수공장에서 장거리 로켓 부품을 실은 열차가 이동하는 것을 처음으로 포착했으며 로켓 발사 직전 탄두 부분의 덮개가 벗겨진 상태 등 발사장 상황을 손바닥 보듯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 직후 로켓이 고도 10km까지 치솟자 동해 상공의 RC-135S 코브라볼 미 전략정찰기가 나섰다. 이 정찰기는 정밀 레이더와 광학측정장비로 로켓의 궤도를 추적했다. 또 무수단리 기지와 평양 지휘부 간의 잦은 교신 등을 감청해 발사 징후도 미리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의 U-2 고공정찰기와 한국군의 백두, 금강 정찰기도 한반도 상공과 동해상에서 로켓 발사와 관련된 신호 영상 정보 수집활동을 벌였다.

동해에선 한미일 3국의 이지스함들이 로켓의 비행을 먼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자존심을 건 승부를 펼쳤다. 미국의 채피(DDG-90)와 존 매케인(DDG-56), 일본의 곤고(金剛·DDG-173)와 조카이(鳥海·DDG-176), 한국의 첫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 등 5척이 로켓의 비행궤도와 추진체 낙하지점 추적에 나섰다.

실전에 첫 참가한 세종대왕함은 최신형 SPY-1D(V) 레이더로 로켓의 궤도 추적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과 2006년 대포동 1, 2호 미사일 발사 당시 한국군은 독자적인 미사일 감시 전력이 없어 미국과 일본의 관련 첩보에만 의존해야 했다.

한편 북한의 로켓 발사를 계기로 한국형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대포동 2호 개발과 함께 기존 중단거리 미사일의 성능을 개량 중이다. 600여 기의 스커드미사일 외에 사거리 160km인 신형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인 KN-02와 사거리가 3000km인 신형 중거리미사일(IRBM)을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 이 미사일들은 차량에 실린 이동식 발사대로 수 시간 만에 발사될 수 있어 사전 탐지가 힘들다. 하지만 군은 확실한 대응 수단이 없다. 중고 패트리엇(PAC-2) 미사일을 도입 배치 중이지만 신형 패트리엇(PAC-3)보다 요격 능력이 떨어진다.

또 세종대왕함은 북한 탄도미사일을 추적 감시할 순 있지만 요격능력이 없는 SM-2 미사일만 탑재했다. 그래서 한국군도 PAC-3와 SM-3 미사일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국방연구원 김병용 박사는 “현재 도입 중인 PAC-2보다 북한 미사일 요격에 좀 더 효율적인 PAC-3 체계로 보강하고 종말단계 요격체계(THAAD)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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