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잔치’ 예상 깨고 큰 타협… 부실자산 해결책은 얼버무려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IMF 재원-권한확대

신용평가사 규제 등

구체적 합의 이끌어내

DDA문제도 비켜가

“회의 또 필요” 비판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열린 영국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각국 정상은 “역사적 합의”라고 자평했다. 이에 화답하듯 세계 증시도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흡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성과1: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확충=뉴욕타임스는 G20 정상회의가 낳은 가장 구체적인 결실로 IMF의 재원을 5000억 달러 늘려 7500억 달러로 확충하기로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IMF 재원을 대폭 확충함으로써 특정 국가가 처한 위험을 조기에 경보하고 G20이 금융규제와 관련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지 등을 평가하는 새로운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성과2: 국제무역 진흥=각국 정상은 국제무역과 투자가 살아나야 세계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2500억 달러의 무역금융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세계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간 보호무역주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국제무역은 이미 세계 경기침체와 신용위기로 인해 과거보다 10%가량 감소한 상태. 보호무역 조치 신설 금지 약속을 위반한 국가와 사례를 세계무역기구(WTO)가 파악해 분기별로 보고하도록 한 것도 이번 회의의 성과로 꼽힌다.

▽성과3: 글로벌 금융규제 강화=규제당국의 손길에서 벗어나 있던 조세피난처와 헤지펀드, 신용평가기관 등도 글로벌 규제 대상에 새로 편입됐다. 금융안정화포럼(FSF)도 금융안정화이사회(FSB)로 확대 개편된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를 공개할 것”이라며 “은행비밀주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조세피난처 국가들은 앞으로 고객 정보를 규제당국에 제공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내다봤다. OECD는 3일 조세피난처 명단을 발표했다.

▽비판1: 은행 독성자산 해소 방안 미흡=뉴욕타임스는 이번 G20 회의가 미국과 유럽의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독성자산(toxic asset)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의 핵심인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독성자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방안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 로이터통신은 “G20 공동성명은 헤지펀드 보너스 조세피난처 등 인기 있는 쇼핑품목만 늘어놓은 것 같다”고 혹평했다.

▽비판2: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재개 언제쯤=각국 정상은 또 공동성명에서 무역자유화를 위한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라운드를 마무리하기 위해 ‘긴급히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선언했으나 협상 재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이는 G20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까다로운 문제는 회피하고 이 중 일부는 책임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제기구로 떠넘기는 식으로 쉽게 접근했다”며 “벌써부터 또 다른 정상회의가 필요하다는 회의론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런던=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李대통령 “국제공조로 위기해결 역사적 사례될것”▼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 공식 일정이 끝난 2일 오후 6시(한국 시간 3일 오전 2시) 이명박 대통령은 수행기자단이 머무는 영국 런던 시내 밀레니엄호텔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빡빡한 G20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했지만 이 대통령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이 대통령은 18분 동안 이번 영국 방문에서 거둔 성과를 기자들에게 직접 브리핑했다.

그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전통적인 우호관계는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대북관계 등 모든 문제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미국과 직접 대화하기를 원하고 있는데 그것은 그 사람들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며 한미관계는 공고하다’고 말했다”면서 “우리가 물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미국 측은 6월 16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한미관계와 남북문제는 물론 FTA 문제도 자세히 얘기하자고 제안했다”며 FTA 문제를 풀기 위한 실무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해당 국가들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도움을 주고 선진국들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역설했다”면서 “1조1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합의가 성공적으로 이행되면 전대미문의 위기를 국제공조를 통해 성공적으로 해결한 역사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며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미국 일본 호주 등과 잇단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엄정하고 단합된 대응원칙을 이끌어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위기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중간자로서 조율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해선 우방 및 국제사회의 엄정 대처 의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런던=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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