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세종대 총장 낙하산 압력 의혹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교육비서관, 세종대측에 ‘특정인 선호’ 뜻 밝혀

‘교과부의 경기대 개입설’ 이어 보은 인사 논란

청와대가 세종대의 신임 총장 선출 문제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대학 총장 자리를 ‘전리품’처럼 챙기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세종대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 김정기 교육비서관은 지난달 19일 주명건 전 재단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후임 총장으로 김영래 아주대 교수가 선임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비서관은 ‘윗선의 뜻’이라는 말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한국정치학회 회장과 한국NGO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맡았던 인물. 그러나 김 교수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청와대의 움직임이 전해지자 세종대 일부 교수들은 정부가 법 절차까지 무시하고 총장직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 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을 지낸 양승규 현 총장의 임기는 17일 끝난다. 하지만 세종대는 이사회가 공백 상태여서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지 않는 한 적법하게 후임 총장을 선임할 수 없다. 참여정부에서 파견됐던 임시이사들의 임기는 지난해 6월 모두 끝났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새 이사회를 만들어줘야 하지만 사분위 운영조차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분위는 광운대, 상지대, 세종대, 조선대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일 회의를 열었으나 세종대 이사회 구성 문제는 안건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재개정 사립학교법에 긴급처리권이 있긴 하다.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 새 이사회가 구성될 때까지 옛 이사진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권한이다. 세종대 관계자는 “김 비서관이 주 전 이사장에게 긴급처리권을 통한 새 총장 선출을 암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 상지대의 옛 이사진도 긴급처리권을 동원해 총장을 선임했다. 하지만 긴급처리권은 ‘급박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행사하는 권한이기 때문에 총장 선임과 같이 중대한 사안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한편 엄상현 교과부 학술연구정책실장도 지난달 10일 이태일 경기대 총장을 만나 차기 총장 후보 사퇴를 종용하고, 현승일 전 한나라당 의원을 차기 총장으로 언급했다고 일부 교직원들은 주장했다. 현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6·3동지회 소속이다. 그러나 경기대 총장추천위원회는 2일 회의를 열어 6명의 총장 후보 중 3명을 최종 후보로 압축했으며, 현 전 의원은 탈락했다.

엄 실장은 이 총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총장 선거와 관련된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