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성한]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선 안 되는 이유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북한은 ‘인공위성인 광명성 2호를 4월 4일에서 8일 사이 발사하겠다’고 12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했다.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평화적인 과학연구 활동까지도 미사일에 걸어 막아보려는 음흉한 책동”이라며 “우주개발은 우리의 자주적 권리이며 현실발전의 요구”라고 응수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

북한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는 것인가. 북한은 다음 네 가지 이유에서 미사일을 발사해서는 안 된다. 첫째, 인공위성이건 미사일이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2006년 10월 핵실험 직후 ‘모든 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활동 중지’를 규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 위반이다.

북한은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때도 ‘광명성 1호’를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발사 이후 “지구상 어느 곳의 적이라도 타격할 수 있다”고 호언해왔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에 관한 2월 6일자 기사에서 “위성용 로켓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표리(表裏)일체”라며 인공위성 발사기술이 군사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북한은 평화적 목적을 위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목적을 위해 탄도미사일 성능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주변국은 물론 국제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투명하게 책임있는 행동을 하는 존재라면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크게 불안해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북한은 2006년 핵실험 이후에도 핵실험 장소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핵연료 재처리 시설은 북한의 영변에 있지만 핵폭탄 제조시설이나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고폭(高爆)실험 장소는 핵실험 장소 가까이에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02년 제2차 북핵 위기의 원인이 된 우라늄 농축시설이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지도 오리무중이다. 군사시설이니 공개하길 꺼린다고 백보 양보하더라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대접받기 위한 필수요건인 체제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지극히 낮다. 이러한 북한이기에 주변국들은 북한이 인공위성이라 해도 믿지 않고 경계심과 불안감을 감추지 않는 것이다.

北정권 체제유지에 도움 안돼

셋째, 북한의 인공위성과 미사일 기술수준은 아직 국제적 인정을 받지 못했다. 북한 중앙통신은 1998년 8월 (대포동 1호로 쏘아올린) 광명성 1호가 지구로부터 최단 218.82km, 최장 6978.2km의 타원궤도를 165분 6초 주기로 돌고 있으며 ‘김일성 장군의 노래’ 등을 모스부호 27MHz로 전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측 조사에 의하면 3단계 추진체가 점화에 실패했고 위성을 제대로 궤도에 올리지 못해 추락했다. 2007년 7월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도 실패했다. 물론 최근 이란과의 미사일 기술 공조를 통해 성능 개선에 성공했을 수 있다. 그러나 ‘정확성’이 확보되지 않은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다고 가정할 때 일본으로서는 대응태세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태도를 변화시킬 것이다.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미-북 미사일 협상으로 전환시키려는 북한의 기도도 이미 간파 당했다. 한국 역시 미사일방어(MD)를 포함한 안보전략을 재검토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가입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공위성을 가장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궁극적으로 북한정권의 체제 유지에 보탬이 안 된다. 미사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발사체 개발에만 4억 달러가량이 들어간다.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900달러로 잡았을 때 인구 2400만 명의 국내총생산(GDP)은 216억 달러 정도가 된다.

이런 처지에 북한이 작년 군사비로 50억 달러를 썼고 이번 미사일 발사에 4억 달러(GDP의 2%)를 쓴다는 것은 ‘자원배분의 왜곡’이 극단에 이른 것이다. 자원을 정상적으로 배분해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가 국민의 무선 위성통신 수요를 위해 발사하는 것이 인공위성이다. 북한은 아니다. 외부의 식량지원마저 거절하고 ‘강성대국’의 환상을 인민들에게 심어주려 할 경우 4월 초 미사일 발사는 훗날 김정일 정권의 몰락을 재촉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김성한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ksungha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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