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민간인 볼모로 위협한 뒤 치고 빠지기?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4분



북한이 10일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오가는 남북 간 육로 통행을 하루 만에 재개했다. 군 통신 차단을 통한 한국인 억류는 ‘하루짜리 협박’으로 끝난 셈이다. 하지만 언제라도 북한에 억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지 이날 남북 간 인원 및 차량 통행량은 뚜렷이 줄었다.

▽북한 억류 위협에 인원 대폭 줄어=북한은 이날 오전 9시 10분경 동·서해지구 군사실무 책임자 명의로 2개 문건을 남측에 보내 왔다. 전날 차단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의 남북 간 육로통행을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당초 이날 개성공단으로 들어갈 예정이던 706명과 차량 424대 중 247명과 179대가 오전에 북한으로 건너갔다. 금강산으로는 예정 인원 51명과 차량 19대 중 3명과 3대가 육로를 통해 방북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상당수 예약자가 전날 북한의 제한 조치에 따라 방북을 사전에 포기하고 출입사무소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오전 9시 출경 예정자(개성공단 233명)는 북한 측의 통보가 늦어 방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개성공단에서 당초 예정보다 3명 많은 213명이 귀환했다. 차량은 151대가 돌아왔다. 금강산에서는 11명과 차량 6대가 돌아왔다. 9일 개성공단에서 귀환하지 못한 80명은 11일 돌아온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복잡한 절차에 재단절 위협 여전=북한 측이 여전히 군 통신을 단절한 상태여서 이날 남북 통행은 복잡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경협 기업 등 방북 희망자들이 국내 출입시스템을 통해 통행 신청을 하면 일단 정부가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 이어 통일부 개성공단지원단을 통해 명단을 KT 통신선으로 북한 내 개성공단관리위원회로 보낸다.

관리위원회는 이 명단을 상대방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으로 보내고 총국 담당자가 이를 북한 군부에 보내 최종 허락을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과거 군 당국 간 전화 통화로 처리하던 일을 전화와 팩스, 인편까지 동원해 몇 단계나 거쳐야 하는 셈이다.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연습과 남북관계 악화 등을 이유로 다시 통행을 차단하고 한국인을 억류할 경우 별다른 대책도 없이 통행을 허가한 정부에 책임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돌변 원인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북한이 불과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꾼 데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고도의 정치적 목적을 노린 계획적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북한은 ‘치고 빠지기’ 전략의 선수”라며 “한국과 미국 정부 등에 민간인을 억류할 수 있다는 ‘무기’를 보여주고 실제 장기 억류에 따른 부담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혼란이라는 해석도 있다. 군 최고지도부가 통신을 차단하기로 결정했지만 개성공단 지역의 하급 부대는 이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고 따라서 통행 차질을 실무적으로 준비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군과 당-내각 등 권력기관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이라는 관측도 있다. 군의 성급한 결정에 대해 당내 대남 부서와 내각이 “올해 대남 전략과 개성공단 근로자 처리 문제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인 억류 장기화는 유리하지 않다”고 건의했다는 설이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난에 처한 북한 지도부도 사태 악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피하려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0일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월급날로 남측에서 약 300만 달러가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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