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핵폭탄급' 물갈이, 그 배경과 효과는

  • 입력 2009년 3월 1일 15시 40분


경찰이 서울 강남지역 경찰관들의 비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최대 600명에 이르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키로 해 그 효과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이는 '고인 물은 썩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제도개혁 없이는 단발성 효과에 머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핵폭탄급 물갈이 규모와 배경

최근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장기근속자들의 전보인사 지침을 받은 경찰서는 강남, 서초, 수서 등 강남지역 3곳이다. 대상자는 형사과, 사고조사계, 생활안전계, 지구대 등 이른바 민원부서에서 8년 이상 근속한 직원. 경찰서마다 이 기준 해당자가 150¤200명가량이다.

따라서 이 지침이 그대로 시행되면 3개 경찰서 전체 직원의 25¤30% 선인 최대 600명의 전보인사가 이뤄지게 된다.

강남지역 경찰관들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 인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7월 강남서 경찰관이 납치강도 사건에 연루된 것이 드러나면서 경위 이하 151명이 한꺼번에 다른 곳으로 전보된 바 있다.

서울경찰청이 이번에도 이런 카드를 꺼낸 것은 최근 불거진 일부 경찰관들과 안마시술소 업주와의 유착의혹이 계기가 됐다.

경찰은 이번 인사안의 배경으로 '인적교류를 통한 근무기강 확립'과 '균등한 근무기회 부여'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직접적인 동기로는 물갈이를 통해 일선 경찰관과 이해당사자 간의 유착관계를 끊어보겠다는 경찰 수뇌부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강한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비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기류가 수뇌부에서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 물갈이가 비리사슬 끊을까

경찰은 그동안 비리가 터지면 치안 능력의 약화라는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당장 해결책으로 물갈이성 인사를 종종 선택했다.

그러나 이번에 또다시 물갈이 전보인사가 추진되고 있는 사실에서 방증으로 드러난 것처럼 인사조치만으로는 비리를 막는 성과를 얻지 못했다.

실제 2006년 법조 브로커 김홍수가 이른바 '강남팀'으로 불리는 강남지역 경찰들과 깊은 인맥을 구축했다는 사실이 검찰수사로 밝혀지면서 3년 전인 2003년 단행됐던 대규모 인사가 비리를 막는데 기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물갈이 인사 계획을 놓고도 경찰 내부에서는 '획기적인 인사쇄신책'이라는 반응과 함께 "과연 잘 될까"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강남서의 한 경찰관은 이와 관련,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찰이 거듭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인 만큼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서서의 한 경찰관은 "특별한 효과가 있겠느냐"며 시큰둥해했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부정부패에 취약한 조직이기 때문에 단순히 사람을 바꾸는 정도의 응급처방만으로는 비리를 막을 수 없다"며 "유흥업소 밀집지역 등에 대한 감독체계를 강화하고, 주민신고제도를 활성화하는 등의 제도적 기반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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