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아소 “1997년 亞경험 살려 긴밀 협력”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 한일 ‘셔틀외교’ 석달만에 재개

독도-과거사 등 껄끄러운 이슈 언급안해

“북핵문제 6자틀 내에서 한미일 협조 필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공조가 우선이라 껄끄러운 숙제들은 뒤로 미룰 수 있었다.”

정부의 핵심 관계자는 24일 이명박 대통령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의 베이징 정상회담 결과를 이같이 요약했다. 실제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독도나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이슈들은 테이블에 올리지 않은 채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 대책과 북핵 6자회담 공조 등에 논의의 초점을 맞췄다.

양 정상은 7월 일본이 중등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하는 바람에 양국 간 ‘셔틀외교’가 중단된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정상회담에서 4월 양국이 합의한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왜곡 기도엔 엄정 대응하되 대일(對日) 관계의 큰 틀은 유지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외교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또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상황에서 한일 양국이 협력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현실인식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한국으로선 중국(9월 말 기준 1조8088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의 달러 보유국인 일본(9967억 달러)과의 외환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양 정상은 특히 한일 양국이 공유하고 있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 경험을 토대로 최근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공조 방침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양 정상은 한미일 3국 간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한미일 3국 간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미 간 핵 검증 합의 및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것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일본이 대북 에너지 지원에 동참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데다 검증의정서 채택에 반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한일 정상이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기는 했지만 양국 관계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독도나 역사왜곡 문제가 터질 경우 양국 관계는 언제든 다시 냉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회담은 오전 9시 20분(현지 시간)부터 9시 55분까지 35분간 진행됐다.

회담에서는 이 대통령이 35세에 현대건설 사장에, 아소 총리는 32세에 아소시멘트 사장에 오르는 등 기업인 출신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점이 화제에 올랐다.

아소 총리는 “이 대통령은 경제를 잘 아는 대통령이라 양국뿐 아니라 일본으로서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아소 총리가 또 “한일 양국이 이른바 시장경제와 인권 등 중요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주춤한 일이 있었지만 후퇴한 일은 없었다. 앞으로는 주춤한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베이징=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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